등록 : 2019.06.10 16:11
수정 : 2019.06.10 20:46
|
정의당 서울시당, 여성환경연대 등 25개 단체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소년 복지와 여성 건강권 증진을 위해 서울시가 모든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올해 3월 경기 여주시의회가 전국 최초로 만 11~18살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무상지급하는 조례를 통과시킨 이후, 서울시에서도 여성 청소년 생리대 무상지급 정책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고 있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 의원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게만 지원하는 생리대를 서울 거주 만 11~18살 모든 여성 청소년에게 지급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마련해 시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성 청소년 무상 생리대 지급이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무상 생리대 지급은 과잉 복지라며 반대한다.
생리는 인구의 절반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생리’를 언급하는 것조차 부자연스러운 분위기다. 학창 시절, 학생들은 교실에서 생리대를 빌려야 할 때는 생리라는 단어를 누가 들을까 신경 쓰며 묵음 처리를 하여 말하고, 생리대를 마치 금기의 물건처럼 누가 볼까 꽁꽁 숨겨 다니곤 했다. 즉 여성, 특히 청소년에게 생리는 공공연하게 언급하기조차 쉽지 않은 것이 교실 분위기이며 사회 분위기다. 그런데 현재 복지정책은 저소득층 여성에게 선별적으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여성이 (보건소 등을) 직접 방문해 생리대를 찾아가야 한다. 친구에게 생리대를 빌리는 것도 비밀스럽게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어린 저소득층 여자 학생이 직접 방문하여 생리대를 받아 가라는 지침은 복지 대상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지침일 뿐이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생리대 가격은 개당 평균 331원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가장 높다. 그뿐만이 아니라 영국 <비비시>(BBC)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 18개국의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월수입의 6%를 생리용품에 지출한다고 한다. 생리대의 안전성 문제까지 대두되는 상황에서 이는 만만치 않은 비용임이 확실하다. 생리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고통을 수반한 필연적인 현상이다. 생리대는 여성이 약 40년 동안 매달 꾸준히 소비해야 하는,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이다. 필수품이 국민에게 과한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를 포함하여 정부는 생리대 관련 대책을 적절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는 가임기 여성 지도를 만들며 출생률을 걱정하고 학생들에게 월경을 ‘엄마가 될 준비'라고 가르치는 데에 힘을 쏟기보다는 여성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야 한다. 즉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급하는 것은 국가가 당연히 시행했어야 하는 복지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예산 4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정책은, 사안의 중요도를 따져봤을 때 결코 과한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이 아니다. 이렇듯 무상 생리대 지급이 과잉 복지라는 주장은 그동안 사회가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오랜 기간 등한시해왔음을 알게 해줄 뿐 합당한 반대 근거가 되지 못한다. 여성 청소년 무상 생리대 지급은 우선순위를 앞세워서라도 더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고지현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1학년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