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8.26 18:19 수정 : 2019.09.23 08:51

박종석
전북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장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우리의 주도에 의해 종료된다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 동북아와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를 예고하는 것이다. 정치적 교류와는 다른, 남북 간 민간교류의 필요성은 더 높아져야 한다.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의 만남이 있던 그때, 경기도 최전방 마을과 접경지역의 습지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오랜만에 둘러본 습지는 한눈에 보아도 육화가 많이 진행된 모습이었다. 땅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새로운 한반도 질서는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남북이 함께 걷는 공동의 질서이자 경제공동체를 지향한다. 그렇기에 우리 땅의 변화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향후 접경지역을 포함한 북녘땅에 대한 관광교류의 모습이 산업적인 개발만을 우선시하는 입장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금강산과 원산을 잇고 백두산까지 대규모 관광벨트에 대한 투자로 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동북아 최적지가 될 수 있다는 이 계획은, 달콤하다. 접경지역에 대한 관광정책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부터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걸어왔던 산업개발 일변도의 모습에 대한 반성적 차원에서 전망해야 한다는 뜻이다.

압축적 개발시대를 관통한 아버지 세대의 시간들은 성급하게 지나온 국가적 궤적의 일정한 영향 아래에서, 생태자원에 대한 좀 더 성숙한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 즉 근대화 시대의 국가적 개발의 연장선상에 있던 관광산업 정책들은 땅과 바다와 산림을 계속해서 훼손하며 얻게 될 자본만을 추구한 끝에, 앞으로 마주할 환경 축소에 따른 폐해와 미래 세대가 누려야할 자연의 생태계가 갖는 더 큰 잠재적 부가가치를 가늠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시행착오한 관광산업의 개발방식만을 성급하게 추구한다면, 문이 열린 접경지대와 북녘의 땅들은 크게 신음할 것이다. 시민들에게 미세먼지의 체감이 현실이 된 지금, 관광개발이 대량으로 팽창하는 과정에서 북녘 현지의 문화적 훼손과 내륙과 해안의 구분 없이 자연생태계가 축소되고 아름다운 반도의 습지는 점차 고통스러워 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 한반도의 생태적이고 평화적인 관광교류에 대해 이전 정부와는 다른 민간교류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두 체제가 반세기 동안 단절되었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나누어갈 시민이자 인민들, 주민들의 교류를 통해 회복하고 교감하는 과정을 놓쳐서는 안 된다. 북녘땅에 대한 생태평화적 교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국가적 잠재력이자 가능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접경지역인 강원 고성에서 경기 파주까지는 육상으로 약 248㎞이며 도서지역의 해역(NLL)까지 포함하면 약 448㎞에 이른다. 이러한 비무장지대(DMZ)를 접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관광이나 축제의 모습은 대부분 비슷하다. 국제음악제를 열거나 문화행사, 마라톤이나 도보여행, 통일전망대에 오르거나 이념적 현장을 관람하는 땅굴투어, 군부대 체험캠프 등 안보관광의 모습들이다.

그렇다면 생태평화적 민간교류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우선은 접경의 공간에 인간만이 아닌 다양한 생명체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남과 북의 숲과 땅의 변화를 함께 관찰하거나, 해질녘 접경의 바람소리를 함께 듣거나, 나무를 심고 오염된 습지나 하천에 대해 서로 협업해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방식으로의 교류가 가능할 것이다. 특히 남북, 북남 주민들의 생활상을 가까이에서 경험한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반이 될 것이다. 이렇듯 생태평화적 교류의 모습은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별개의 존재가 아닌, 자연의 일부로서 같은 땅에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을 교감하는 것이다.

임정 수립 100주년이자 광복 74주년을 맞이한 올해,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는 평화로운 교류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남북 사람들이 마음을 잇는 민간교류의 길이다. 북녘땅의 주민들과 함께 어떤 성장으로 나아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을 드린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