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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04 18:08 수정 : 2019.09.04 19:19

홍영표
국회의원

<한겨레>는 8월17일치에 ‘왜 부평도 창원도 아닌 군산 공장이었을까’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지엠(GM)이 버린 도시’라는 기획연재의 ‘정치의 앞과 끝’ 편이었다. 이 기사는 군산공장이 폐쇄된 것은 정치인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군산공장은 한 국회의원의 지역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영향력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는가?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많은 사회적 논란이 있었고, 국민 혈세가 투입된 한국지엠 정상화 과정과 현 상황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다.

한국지엠 위기와 군산공장 폐쇄는 글로벌지엠의 구조조정으로부터 시작됐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상황에서 지엠은 파산했다가 연방정부 공적자금을 발판으로 회생했다. 그 이후 지엠은 구조조정을 반복하면서 수요가 줄고 적자가 발생하는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 러시아, 남아공 등에서 공장 폐쇄나 사업 철수를 단행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과 캐나다 5개 공장을 폐쇄하고 1만4천명을 구조조정한 바 있다. 군산공장 폐쇄는 지엠이 유럽시장에서 전격적으로 철수한 것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지엠은 2013년 유럽에서 쉐보레를 철수했고, 2017년에는 오펠을 푸조시트로엥(PSA)그룹에 매각하며 유럽시장에서 철수했다.

유럽시장 철수는 군산공장 폐쇄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생산물량 가운데 80% 상당이 유럽시장으로 수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3년 12월 쉐보레 브랜드 유럽시장 철수가 결정된 이후 군산공장 가동률이 급감했고 2015년 2월에는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됐다. 2017년 군산공장 생산량은 전년 대비 36.6% 감소했고 군산공장 가동률은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부평과 창원 공장 가동률은 각각 100%, 70%를 기록했다.

지엠 유럽시장 철수 등 구조조정은 단순히 군산공장만이 아니라 한국지엠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국지엠은 2014년(3534억원), 2015년(9868억원), 2016년(6315억원), 2017년(1조1598억원) 등 최근 4년간 누적 3조원에 달하는 순손실이 발생했다. 유동성 부족으로 부도 위험이 현실화됐다. 한국지엠은 구조조정의 길로 내몰렸고 군산공장을 폐쇄하게 된 것이다.

한국지엠은 시장논리에 따르면 파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지엠이 문을 닫는다면 직간접·협력업체 고용인원 15만6천명이 고용 불안에 직면하고 협력업체 줄도산, 지역·국가경제 악영향이 명약관화했다. 시장논리대로 공장을 닫을 것인지 아니면 구조조정을 통해서라도 공장을 살릴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구조조정에는 국민 혈세가 직간접적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항상 많은 사회적 논쟁이 따른다.

한국지엠에 산소호흡기만 붙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생존 방안이 필요했다. 지엠은 본사와 한국지엠의 불평등한 관계가 회사 부실의 한 원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책임 차원에서 기존 대출금 28억달러(3조7천억원)를 출자전환했다. 또 장기지속성 확보를 위해 경쟁력과 수익성이 보장된 신차 2종 배정을 약속했다. 연구개발(R&D) 및 디자인센터 역량 강화, 지엠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한국 유치 또한 확약했다. 이를 토대로 산업은행도 2대 주주로서 7억5천만달러(8400억원) 출자를 결정했다. 노조 또한 이해관계자 고통 분담 원칙에 동참하며 노사 협상을 타결했다.

지난해 한국지엠 위기와 군산공장 폐쇄, 정상화 협상 전말이다. 지난해 합의는 지엠이 향후 10년 동안 현재 생산, 아르앤디, 판매를 유지한다는 전제에서 이뤄졌다.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카셰어링 등 자동차 산업의 혁명적 구조 변동을 감안해 그 이상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지엠의 새로운 비전과 미래 전략을 지엠 경영진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한국지엠 임직원과 노조, 정부,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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