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11 17:15
수정 : 2019.09.1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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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조국 법무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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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조국 법무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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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에서 오셀로는 악의를 품은 이아고의 교묘한 계략으로 자신의 아내 데스데모나를 살해한다. 악 그 자체로 묘사되는 이아고지만 그 역시 사연은 있었다. 권력자들의 총애를 받은 신참내기 오셀로가 장수가 된 후 오랫동안 공을 세운 자신 대신 다른 이를 부관으로 임명했던 것이다. 질투심으로 악인이 될 수밖에 없던 이아고의 전략은 자신과 같이 오셀로의 심부에 ‘질투심’의 불씨를 지피는 것이었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법무부 장관에 오르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서울대생들이 촛불을 들었다.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한겨레> 칼럼을 통해, 서울대생들이 학생증을 검사하고 서울대생만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에서부터 비판을 시작한다. 내부와 외부를 나눌 까닭은 무엇이며 누가 오든 마다할 까닭은 또 무엇이냐고. 지식인들은 조국 교수의 장관 임명에 사활을 건 듯 다양한 논의를 전개한다. 얼마 전, 유시민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서울대생들의 촛불집회에 자유한국당이 어른거린다며 참여자들이 과연 서울대생인지 모르겠다는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한쪽에서는 너희들의 정체가 뭐냐고 묻고 다른 한쪽에서는 왜 정체를 묻냐며 서울대생들을 토끼몰이 한다.
서울대생이 집회에서 학생증을 검사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들만의 집회가 아닌 우파 정치세력의 개입이 있다는 유시민의 주장에 대해 자신들의 순수성을 입증하기 위한 하나의 답변이지 않나. 그런데 김 교수는 서울대생들이 나와 너를 구분하고 있으며 학벌주의의 혜택을 누리는 특권계층으로 일반화한다. 두 사람이 서울대생들에게 서로 다른 요구를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드러난다. 즉 “서울대생은 특권을 누리고 있으며 이런 특권을 누리기 위해 스카이캐슬행 입시열차에 자발적으로 탄 권력계층이다. 그러니 입 다물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리스 비극에서 운명의 신 모이라는 가계의 저주를 오이디푸스에게 내린 것이었다고 했지만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사실 스핑크스의 문제를 푼 가장 지혜로운 인간이 바로 자신이라는 오이디푸스의 자만심과 자신의 분노를 참지 못해 길가에서 아비를 죽인 그의 어리석음이었다. 이와 같이 조국 법무부 장관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비판받는 것은 그의 자식, 아내의 악이라기보다는 그것을 모른 그의 무지 때문인 것이다. 자신은 몰랐다는 일관된 답변은 그가 무지했다는 것을 토로한 것이며 법리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을지 모르지만, 그의 비극은 스스로의 무지로 스스로에게 닥쳤을 뿐이다.
현재 여당의 지지 동력은 첫째, 조국 사태를 검찰의 악랄함에 우롱당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결 지을 수밖에 없는 신경증이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가시이며 그 가시는 끊임없이 그들에게 아픔을 생산한다. 우린 아직 그를 환송하지 못했으니 노 전 대통령은 유령으로서 아직 우리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다음으로 질투심이다. 앞서 오셀로가 질투심에 사로잡혀 자신의 아내를 죽이고 자신을 파괴할 수밖에 없었듯이 이제 한국 사회의 체제에 삽입된 학벌주의는 서울대생에 대한 과도한 증오심과 비아냥거림을 만들고 있다. 김 교수가 몸담았던 ‘학벌 없는 사회’가 더 이상 학벌에 대한 문제제기만으로는 답이 없으니 자본과 맞서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라졌다. 이제 ‘서울대생=입사=권력자’의 등식은 깨지고 있다. 이미 서울대생 안에서 또 다른 계층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그들에게 서울대생은 모두 기득권자라고 포박하는 것은 타당한가. 그들 모두는 질투의 대상인가.
김 교수는 서울대생들의 촛불시위에는 어떤 공공성도 없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서울대생들이 조국 장관 임명을 반대하며 든 촛불에도 공공성은 존재한다. 공직자에게 필요한 인격의 일관성 요구, 그리고 허구에 불과하지만 공정성의 마지노선인 입시의 공정성을 회복하려는 공공성의 가치가 내재해 있는 것이다. 정말 문제는 학생증을 확인하면서 내부와 외부를 구분한다는 서울대생이 아니라 조국 장관에 대한 지지 여부로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여 새로운 이념적 학생증을 배부하는 작금의 상황이다. 오이디푸스와 오셀로는 자신의 눈을 찌르고 자신과 자신의 가정을 파멸시킴으로써 자기책임의 윤리를 완수한 영웅이 됐다. 조국 장관이 소인배로 머물지 아니면 대인이 될지는 이제 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동건 성균관대 서양철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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