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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18 16:47 수정 : 2019.09.19 14:57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솔(soul) 푸드’라는 말이 있다. 노예 생활을 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고단함과 슬픔이 배어 있는 전통 음식에서 유래한 용어이지만, 요즘은 내 영혼의 음식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물리적인 배고픔을 달래주는 것 이상인 ‘솔 푸드’는 먹는 사람의 영혼을 채워주고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고향의 맛이며 엄마의 맛이다.

예전 미국의 한 방송에서 한국인들이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음식,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솔 푸드’를 조사했는데 해장국, 김치, 순두부찌개 등 우리의 밥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들이 순위를 차지했다. 외국 생활의 고단함을 위로해주는 영혼의 음식이라는 점에서 한 그릇의 요리는 단순히 ‘먹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세계 30여 나라에서 사랑받는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셰프>의 우승자로 유명한 베트남계 시각장애인 셰프 ‘크리스틴 하’도 자신의 요리에 ‘기적’을 담아내며 감동과 위로를 전하고 있다. 그녀는 14살의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27살에 시각신경촉수염(NMO)이라는 자가면역질환 진단을 받으며 시력을 잃었다. 낙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그녀는 긍정적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친구들에게 만들어준 요리가 극찬을 받으며 놀라운 성취감을 얻었다고 고백한 그녀는 새로운 삶의 전환기를 맞는다. 2012년 9월 <마스터셰프 미국 시즌3>에 장애인 최초로 참가하게 된 것이다.

뜨거운 불길과 뾰족한 칼날 앞에서 무모하리만치 용감한 도전의 승부수를 띄운 그녀는 모든 이들의 우려와 의심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요리를 만들어냈고 ‘악마 셰프’로 유명한 고든 램지의 극찬을 받아내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녀의 도전은 멈추지 않아 올해 3월에는 텍사스 휴스턴에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오픈하기도 했다.

미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요리사 로라 마르티네즈 역시 청각, 후각, 촉각만을 사용해서 요리하며 영혼을 위로하는 음식을 만든다. 그녀는 생후 1년 만에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고,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왼쪽 눈의 시력도 잃었다. 지팡이 없이는 100m 거리를 이동하는 데 10분 이상 걸리는 그녀지만, 의지와 열정으로 현재 실력 있는 요리사로 인정받고 있다.

동료들이 놀랄 정도로 불과 칼을 잘 다루는 그녀는 후각을 통해 양념의 향을 구분해 사용하고, 손끝의 감각을 활용해 다양한 식자재를 준비한다. 청각을 통해 프라이팬이 적당하게 달구어졌는지를 안다. 비록 시각을 잃었지만 나머지 감각을 이용해 손님들과 친구들을 대접할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한민국에도 크리스틴 하, 로라 마르티네즈처럼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며 도전을 계속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애인들의 기능 향상을 장려하고 장애인 고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오는 24일 전북 전주에서 열리는 ‘제36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의 참가자들이다.

좌절하기보다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을 선택해 단단하고 찬란한 삶을 살아가는 419명의 장애인은 총 4일간 시각디자인, 웹마스터, 제과제빵, 바리스타 등 42개 직종의 분야에서 놀라운 기량을 뽐내게 된다. 이들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많은 위로와 감동을 주며 이제 그 재능을 대회를 통해 선보이고자 하는 대한민국 대표 장애인 기능선수들이다. 이번 대회 참가자들의 도전 드라마가 대회장에서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도전을 지켜보는 다른 장애인 그리고 비장애인들에게까지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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