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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3 17:56 수정 : 2019.09.24 13:43

이상용
녹색당 강남서초모임 운영위원

얼마 전 ‘서울이 망하는 길’이라는 기묘한 제목의 토론이 있었다. 서울연구원 ‘2040 서울플랜’팀에서 ‘2040년 미래 서울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을 듣는 자리’라고 했다. 서울이 쫄딱 망할까 걱정된다는 건가?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 서울은 모든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종주도시로서 앞으로도 그 지위를 유지할 것이니.

그렇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건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 서울은 망하는 것과 별개로, ‘나쁜 도시’이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시민의 58%는 자기 집이 없다. 주택보급률이 96.3%에 이르는데도 60% 가까이가 남의 집에 산다. 서울시민들은 또한 범죄, 교통사고 등으로 항상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규모가 비슷한 일본 도쿄에 비해 살인사건이 2배 이상이고, 교통사고 사망자는 3배 이상 많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대기오염지도를 보면 서울의 대기질은 세계 최악의 수준이다.

서울이 더 나쁜 도시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적정 인구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 좀 더 줄일 수 있다면 더욱 좋다. 특별시라는 특권과 독점적 지위를 줄이고, 지방도시에 많은 것을 양보하는 것이 짐도 덜고 좋은 도시가 되는 길이다. 수도권 도시들은 자족도시가 되도록 서울과 경기도가 협력해야 한다. 국회를 포함한 정부기관, 공공기관도 지방도시로 대거 이전하고, 기업체들도 따라갈 일이다. 특히 서울의 신규 고층 아파트 건설은 가급적 억제하자. 집값 안정을 위해, 혹은 자가 보유율을 높이기 위해 아파트 신축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은 진실이 아니다. 개발에 따라 집값은 크게 오르게 돼 있고, 그렇게 많은 신규 아파트에도 자가 보유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둘째, 서울시는 어떻게 해서라도 공유지를 더 확보하고, 토지 공개념을 확대해야 한다. 시유지가 23% 정도라고 하지만, 이는 기존 녹지, 도로, 공원 등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가용 토지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임대주택 등 공적 사업도 결국 민간 부지에 의존하여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 노르웨이 오슬로시의 경우 토지의 70%가 시유지라고 한다.

셋째, 대기질 개선과 기후변화 대응책은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다. 오염 측정치가 기준치 이하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서울의 대기오염도가 최악의 수준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대응하기 어렵긴 하나, 그래도 서울시의 시책은 너무 안이하다. 승용차 운행을 줄이는 강력한 시책 등 핵심을 짚고, 구체적인 장단기 비전을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정부는 서울을 참된 삶의 공동체로 만드는 것을 시정의 기본 방향으로 해야 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시민의 약 60%가 미래에도 여전히 서울은 격차가 크고 불공정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선 안 된다. 서울이 참된 삶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건실한 시민정신이 필요하다. 깊이 생각하고, 과욕을 자제하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정신이다. 이러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은 다른 시정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소설 <눈먼 시계공>(김탁환, 정재승 공저)은 30년 후 2049년의 서울이 무대다. 기계문명이 극에 이른 소위 ‘스마트 시티’다. 화려하고 거대하지만, 도시를 점하고 있는 것은 사이보그와 로봇, 그리고 첨단 기계들이다. 도시는 광기에 휩싸여 있고 폭력적이며 연쇄살인이 횡행한다. 우리가 아는 평범한 사람들은 없다. 모두 교외의 오염지대로 추방됐거나 지하공간으로 숨었다고 한다. 끔찍하다. 나는 미래의 서울이 이런 도시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거대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도 좋으니, 좀 더 인간적이고 자연과 어우러져 함께 사는 공동체 연합으로서의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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