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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2 17:43 수정 : 2019.10.03 09:59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최근 설악산 케이블카 논란이 정리됐다. 환경부의 부동의로 케이블카의 추진은 어렵게 됐다. 논쟁만 10년 가까이 이어왔다.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개발이냐 보전이냐가 아니다.

설악산과 지리산은 전세계 국립공원 중 탐방 압력이 제일 큰 곳이다. 지구상의 어떤 국립공원도 이처럼 특정 코스에 방문자가 많은 경우는 없다. 설악산 대청봉·중청봉과 지리산 주능선은 사시사철 등산객들의 발길로 넘쳐난다. 이곳은 아고산대 지역으로 한반도의 생태지역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곳이다. 절대적 보전이 필요하다. 지리산과 설악산 등 백두대간의 해발 1200m 위쪽은 생태계가 민감한 지역이다. 이런 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훼손은 가속화될 것이다.

한민족은 산의 민족이었다. 묘지를 산소라 부르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문화와 예술도 산과 자연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한반도에서 산은 생명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특히 백두대간으로 상징되는 자연지리 인식에서는 산과 물을 하나로 보았다. 한반도에서 산은 곧 자연이었다. 그래서 자연을 이용하는 데에도 예의와 규범이 있었다. 전통적 자연관에는 경관적 가치를 소중히 여겼다. 현대의 자연환경 관리에서도 자연생태계와 자연경관은 한 몸으로 본다. 최근에는 주요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도 백두대간과 국립공원 그리고 생태경관보전지역 등은 피하는 추세다.

지금 설악산 대청봉 정상은 황무지처럼 되어가고 있다. 수목은 물론 풀꽃조차 살기 힘든 암석지로 변해가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 일대도 탐방 압력과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과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힘을 모아 설악산 대청봉과 지리산 천왕봉 주변의 황폐지를 복구·복원하는 실천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설악산은 케이블카가 아닌 다른 방법의 탐방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양양군 오색마을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돌아가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오색지구는 1990년대 중반까지 탐방객들이 즐비했던 공원지구였다. 그러나 2000년 전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주민들이 케이블카에 관심을 가진 것은 마을의 활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환경부는 오색마을에서 상생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생태관광을 통해 보전과 이익을 실현하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오색지구는 설악산과 점봉산으로 둘러싸인 자연자원의 보고다. 정상으로 가지 않더라도 주변의 숲과 계곡은 상당한 경관과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다. 오색지구에서 예약탐방제를 통한 본격적인 생태관광의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오색마을을 거점으로 민박과 탐방이 연계된 탐방시스템을 마련하면 케이블카 없이도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이런 사례는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과 점봉산곰배령 숲길, 제주거문오름 세계유산 등에서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100명의 등산객보다 10명의 생태관광 예약자가 마을에는 훨씬 큰 이익을 준다.

한국의 국립공원은 아직 생태관광이 걸음마 수준이다. 하지만 외국에선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뉴질랜드 밀퍼드 트랙, 오스트레일리아의 태즈메이니아, 일본의 중부알프스국립공원 등의 생태관광을 통해 공원지역 마을에 이익이 돌아가는 사례가 많다. 설악산 오색지구 주민들의 직접적 이익은 탐방객이 숙박을 해야 가능하다. 케이블카를 설치해도 숙박까지 이어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한두 시간 둘러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설악산을 보전하면서 주민에게 이익이 되는 길은 생태관광의 본격적인 도입이다. ‘양이 아닌 질’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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