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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9 17:33 수정 : 2019.10.09 19:55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지난 9월18일과 19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팔레 윌슨’에서는 한국의 아동권리 상황에 대한 정책적 이슈를 점검하는 중요한 회의가 열렸다. 팔레 윌슨은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이 있었던 유서 깊은 건물이다. 보건복지부 차관인 본인을 비롯해 약 8개 관계기관의 국장, 과장들이 참석했고, 유엔의 아동권리위원회 위원들도 참석했다. 방청석에는 우리나라의 아동단체, 인권단체 엔지오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 회의는 세계 196개국이 비준한 아동권리협약의 국가별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자리다. 30년 전 유엔에서 아동권리협약을 채택한 이후 비준 국가들은 아동권리협약의 이행상황을 보고서로 제출하고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1996년, 2003년, 2011년에 이어 네번째로 심의를 받게 됐다. 8년 만에 받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심의가 끝난 이후, 위원회는 최종 견해를 통해 그간 한국의 아동 관련 제도개선 성과를 확인하면서 앞으로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위원회는 입양허가제 도입 등에 따른 관련 유보조항 철회(2017), 아동수당 도입(2018), 아동정책영향평가 체계 수립(2019) 등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라고 하는 등 우리의 정책적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아동 관련 예산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여전히 낮은 점, 높은 아동 자살률과 가정 내 아동 학대 발생률, 지나치게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 환경 등에 대하여 우려를 표했다. 아동 관련 예산의 증액, 아동 자살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 강화, 모든 체벌의 명시적 금지, 교육 시스템 경쟁완화 등에 대한 권고도 있었다.

이렇듯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국가심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협약 이행 상황, 즉 아동 인권 상황은 있는 그대로 국제사회에 드러나게 된다. 심의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해서는 국내적으로 이를 ‘문제’로 인식하여 논의를 촉발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고, 긍정적으로 평가된 사항은 국제사회와 그 성과를 공유하고 국내 다른 아동 관련 분야들의 개선을 위한 자극을 주는 것에 심의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아동권리협약 비준 이후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수차례 심의를 거쳐 많은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등 지속적으로 발전했지만, 아동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 아동의 권리를 위해 추진해 온 많은 과제들보다 앞으로의 과제는 더욱 어려울지 모른다. 재정의 투입 등 정부의 의지만으로 풀기 어려운 과제들이 숙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 시스템의 경쟁 완화, 체벌 금지, 이주아동 지원 등 사회 전체적인 합의와 인식 전환이 필요한 과제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과제들은 정부뿐만 아니라 언론, 시민단체 등 사회 전체가 아동 권리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결이 다르다. 이번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와 애정 어린 질책이 이러한 논의와 협력의 출발점이 돼야 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각계 각층의 건설적 제안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짧지 않은 공직생활 동안 손에 꼽을 만한 강행군이었지만 그만큼 기억에 남을 경험이었다.

정부는 이번 유엔의 권고안에 대해 아동권리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의견수렴을 거쳐, 제2차 아동정책기본계획 등 관련 계획에 아동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반영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심의를 계기로 국가와 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아동 권리보장에 힘써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아동권리 보장’ 모범국으로 앞서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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