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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4 18:15 수정 : 2019.10.14 19:23

이동기
사무금융노조 한국거래소지부 위원장

#1. 2007년 금융관료들이 밀어붙인 자본시장통합법은 오늘날 한국판 골드만삭스는커녕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 불완전 판매만 부추겼다. 동네약국(전업 증권사)은 죽이고 대형마트(금융지주사)에서 약(고위험 상품)을 파는 걸 “금융 빅뱅”이라 했다.

#2. 2011년 “투기”란 금융위원장의 한마디가 세계 1위 ‘장내’ 파생상품을 고사시켰다. 갈 곳 잃은 투자수요는 판매마진은 높지만 투자자에겐 불리한 ‘장외’ 파생상품에 포획됐다. 보험과 비슷한 이런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는 손실회피 목적의 재보험에 가입한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와 금융공학으로 무장한 초단타매매가 동원됐다. 개미핥기로 공매도 민원은 폭증했지만, 수십억 연봉의 스타 트레이더와 불공정 거래는 늘었다. 은행 고객과 증시 투자자 양쪽에서 고혈을 뽑는 이런 상품이 ‘혁신 사례’가 됐다.

#3.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두 정권에 걸쳐 창조경제·혁신성장을 지원한다며 상장 활성화 드라이브를 걸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기업과 최근 상장 폐지 논란 기업 대다수가 이때 낮아진 문턱을 넘었다. 그 결과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중소기업은 스러졌고, 재벌 체제는 단단해졌다. 지난해 9월 사모펀드 규제까지 완화해주자, 기업사냥꾼과 탐욕적 벤처자본의 ‘묻지마 먹튀’에 빗장이 풀렸다. 자신만 표적이 된 조국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가 억울할 만도 하다.

자본시장에서의 이런 문제들이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원인은 모두 ‘금융감독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2년 아이티(IT) 버블 붕괴와 신용카드 대란, 2008년 키코(KIKO) 사태와 우리파워인컴펀드 분쟁,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 사태 등이 마찬가지였다. 그때마다 정부를 믿고 부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산화한 그들은 중산층·서민이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책임을 진 금융관료는 없다. 오히려 모든 책임을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에게 미루고, 정권이 바뀌어도 승승장구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우리 금융시장의 최대 문제는 관료권력이다. 정답은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이다. 금융산업 육성과 금융소비자 보호는 이율배반적 가치이기 때문에, 서로 견제받으려면 분립이 필수다. 미국이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재무부로부터 독립시켜 사법권까지 부여한 이유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촛불정부에서 또 미완으로 끝낼 것인가? 시간이 걸린다면 먼저 ‘피도 눈물도 없이’ 인사권의 칼날부터 들이대자.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와 달리 금융위원회는 공정인사의 무풍지대다. 이러니 많은 금융기관에서 고객과 시장을 버리고 이들에게 충성하는 부역자들이 독버섯처럼 퍼져나간다.

지금 한국거래소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로 인한 혼란한 정국을 악용한 보은적 성격의 ‘낙하산 인사’가 진행 중이다. 범금융권 인사 혁신의 본보기로 삼을 기회다. 적폐 금융관료는 철저히 배제하되, 인재풀을 넓히자. 기회의 균등과 절차의 투명성만 지킨다면 적임자는 반드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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