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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8 17:21 수정 : 2019.10.29 02:37

최택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 연구원

그래, 정말 딱 3개월만 해보자.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전 국민의 소리를 들어보자. 교육에 관한 국민 개개인의 진심과 지혜, 응어리와 아픔에 직면해보자. 거기에 힘이 있고 찻잔 속의 태풍으로 꺼지지 않을 무한 동력이 있다. 방법은 있다. 국민교육대토론회다. 프랑스가 좋은 선례다. 프랑스 국민교육대토론회는 작고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학교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교육정책방향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관련 법 개정의 기초를 마련할 목적으로 시도한 것이다. 2003년 9월부터 2004년 9월까지 1년간 전국 방방곡곡에서 가히 온 국민이 참여한 대토론회라고 말할 수 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1만3천회에 걸쳐 100만명 이상이 참가했고 온라인 공간은 해당 웹사이트 조회수 700만건에 온라인 포럼 참가자가 37만명이었다.

대학 평준화가 되어 있는 프랑스도 당시 교육 난제가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단기간에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을 알고 성급하게 대처하지 않았다. 그리고 관 주도로 밀어붙이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아래로부터의 힘과 대중의 지혜를 경험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점이 나는 부럽다. 지난해 여름 국가교육회의는 어떠했던가. 국가교육회의가 주도한 총 4회에 걸친 단발성 국민참여제안, 4개 지역 권역별 토론회, 그리고 400명으로 제한하여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한 2차례 시민참여단 활동과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교육개혁, 지금이 천재일우의 기회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대통령은 최우선 국정과제로 교육개혁을 추진하지 않았다. 조국 사태 이후에야 교육 난제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국민적 공분이 일자 떠밀리듯이 대처하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정시 확대 방안 마련을 지시했고, 교육부가 11월에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한다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다. ‘경로의존성’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공공부처의 일처리 방식 때문이다. 청와대의 신호에 따라 현실 타협안을 내놓고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수렴하는 척하면서 선거라도 있으면 이에 미칠 충격파를 재단하면서 임시 봉합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해법에는 교육 대계라는 표현은 자주 나왔지만 그 실제 내용은 교육 소계일 뿐이었다.

이런 관성을 타파할 교육부 관료가 나왔다면 어땠을까. 검찰의 임은정 검사나 법원의 이탄희 전 판사와 같은 인물이 나와서, 교육부 내부의 근시안적이고 반교육적인 행태를 지적할 수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을까.

결국 국민이 움직여야 한다. 지금 검찰 개혁에 관한 국민적 요구와 촛불시위가 검찰 개혁의 동력이자 근간이 되는 형국처럼 말이다. 망국적인 교육문제 해결도 국민의 목소리로부터 나와야 한다. 1년여에 걸친 국민교육대토론회를 개최하고 끌고 갈 만한 역량과 비전, 의지가 현 정부에 있다고 믿어지지 않기에 그렇다.

그래서 제안한다. 단 석달만이라도 전 국민이 참여하는 제대로 된 토론을 해보자고. 일례로 지상파 방송 3사의 기존 토론 프로그램에서 다루든가 아니면 특별방송을 편성해서 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너무 늦은 시간대가 아닌 황금시간대에 편성해야 한다. 방송사 입장에선 시청률이 문제라고? 내용의 폭발성에 따라서는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을 깰 전무후무한 수치가 나올 수도 있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이를 잘 보여주지 않는가. 사회적 비용이 크다고? 매년 상승하는 연간 수조원대의 사교육비보다야 크겠는가?

빅 마우스인 ‘나오던 사람’만 나오게 하지 말고, 이해관계자를 포함시키되 저변을 넓혀서 참여자를 다양하게 구성하자.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 중심으로, 성적 상위 10% 학생이 아닌 대다수인 90% 학생들이 골고루 참여 가능하도록 말이다. 조국 사태가 야기한 것처럼 예측 불가능의 교육개혁 단초가 펼쳐질지, 모를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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