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4 17:59
수정 : 2019.11.05 02:39
고충석 ㅣ 이어도연구회 이사장
지난 1일 국립해양조사원이 설립 70주년을 맞았다. 1949년 해군본부 작전국 수로과에서 시작된 해양조사원은 선박이 항해하는 수로를 조사관리할 뿐만 아니라 해양영토 획정, 해양영토 수호를 위한 군 작전 정보 제공 등 해양안보의 과학적 초석을 놓는 것을 중요한 임무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바다는 육지보다 훨씬 넓다. 배타적 경제수역은 남한 국토 면적의 4.5배에 이른다. 대륙붕도 배타적 경제수역만큼의 면적을 차지한다. 광활한 바다를 통해 원유 등 물자의 99%가 수송된다. 바다는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 안보영역으로, 국가와 국민의 명운이 걸린 생명선에 다름 아니다.
바다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해양조사원의 역할도 계속 확대돼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해상은 잘 아는 듯하지만, 바닷속은 아직도 미지의, 미개척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바다를 개척하고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양과학조사가 필수다. 그리고 우리 바다에 대한 해양주권도 확고하게 수호할 수 있어야 한다.
해양과학조사는 국제분쟁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한·중·일은 서로 해양경계 획정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경쟁에서 핵심 근거로 해저지형 자료가 이용되기 때문에 이를 위한 해양과학조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의 경계를 주장하려면 영해기점 조사, 수로 측량, 심해 탐사 등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해양조사에 기초해야 한다. 그리고 주변국과 해양경계 획선을 대비해 대축척 해도를 이용한 영해기점도, 배타적 경제수역도, 대륙붕 수역도 등의 해양경계 특수도 제작도 중요하다. 해양조사원이 생산하는 해양과학적 기초자료는 해양경계 획정을 둘러싼 주변국과의 갈등과 분쟁에서 우리의 의지를 관철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초자료가 된다.
전통적인 해양조사가 해상교통안전을 위한 조사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그 영역이 훨씬 확장됐다. 해양자원 확보, 해양 및 항만 건설, 해양 환경 보전, 수산업 발전, 해양공간 이용 등 다양한 분야로 수요가 확대되면서 종합적인 해양조사의 필요성이 크게 확대됐다.
최근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냉각수 방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때 우리가 일본에 강력하게 항의해 이런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후쿠시마 원전 냉각수 방류가 우리 동해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정확한 영향 파악 또한 해양조사원의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이렇듯 해양조사 역할은 계속 확대되고 있고, 그 중심에 해양조사원이 있다. 특히 해상과 해저를 망라한 우리 해양영토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 특히 해양주권 수호를 확고히 하기 위한 해저지형 등의 해양조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한민국 해양과학조사의 중심기관인 국립해양조사원은 우리 해양영토를 수호하는 첨병이다. 해양과학 없이 해양주권 수호는 쉽지 않다. 근거 없는 주장은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양주권 수호를 위한 해양조사원 임무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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