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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6 17:57 수정 : 2019.11.07 17:31

박예빈ㅣ부산 부경고 1학년

교육부 장관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 부경고등학교 1학년 박예빈입니다. 저는 고작 고1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진로와 관련해 선택과목을 정해야 합니다. 아직 꿈이 생겼다가도 사라지기도 하는 시기인데 말입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제 친구들도 많은 중압감과 부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자유학기제를 고등학교에 도입해주실 것을 건의하려고 합니다.

우선 중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교육과정 중에서 한 학기 혹은 두 학기 동안 학습 경쟁에서 벗어나 학생참여형 수업을 하고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하는 제도입니다. 제가 다닌 중학교에서도 자유학기제를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 때 실시했던 터라 아직 학교에 적응하지도 못한 친구들이 꿈을 탐색하고 진로 체험을 맘껏 하기란 불가능했습니다. 또 정규시험 대신 수행평가로 점수를 내다 보니 수행평가에 찌들어 자유학기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중학교가 아닌 고등학교에서의 직업체험이 훨씬 기억에 남습니다. 중학교 때의 직업체험은 현실감이 없는데다가 진로가 확실하지 않은 친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흘려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의 직업체험은 훨씬 미래가 구체화돼 있기 때문에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자유학기제는 ‘내가 무엇에 흥미가 있고 재미를 느끼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기회가 되는 동시에, 내가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잘하는 걸 찾는 것보다 못하고 싫어하는 걸 찾는 것이 학생들의 직업 탐구에 훨씬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자유학기제와 비슷한 에프테르스콜레의 예를 언급하겠습니다. 이는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덴마크의 교육 정책 중 하나인데, 학생들이 10학년 즈음인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1년간 기숙학교에 머무르며 학업에 대한 부담 없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걸 배우는 제도입니다. 덴마크 학생들은 에프테르스콜레에서 1년을 보낸 뒤 다시 일반학교를 다닐지, 직업학교를 다닐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나라는 학력에 따른 차별이 없어 학생들이 마음 놓고 꿈을 좇아 직업학교든, 일반학교든 진학할 수 있고, 대학 간의 서열도 없어서 어떤 학력을 가졌건 간에 평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습니다.

핀란드에서도 초등학교 1학년에서부터 9학년까지 학생 개개인의 발달과정과 학업 성취도에 따라 학습을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반드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인턴을 선택하거나 여행을 하며 휴식기를 보낸 뒤 진로를 결정할 수 있고, 직업 교육도 활발하다고 합니다.

이런 나라들과 똑같은 정책을 시행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좋아 보인다고 해서 무턱대고 정책을 도입하고 실행하는 것은 무모한 일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비슷한 선상으로 갈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수준입니다. 동시에 자살률도 손에 꼽힙니다. 특히 학생 자살률이 제일 높습니다. 과도한 입시경쟁에 내몰리는 학생들은 진정한 자기의 꿈을 탐색하기도 전에 학과를 정해야만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진심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학생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따라서 저는 어느 정도 진로에 대해 틀이 잡힌 고등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고등학교에 자유학기제를 도입한다면 많은 문제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대입에 반영될 성적을 어떻게 산출할 것인지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이름 있는 대학에 진학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일이 학생들에겐 더욱 도움이 될 것입니다. 늦어도 되니 바른길로 가라는 말처럼요.

과열된 입시경쟁의 절벽으로 내몰리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은 어느 순간 이 나라를 지탱해야 할 기성세대가 될 것입니다. 조금 더 행복한 기성세대로의 진입을 준비해주신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올바르고 행복한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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