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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3 17:07 수정 : 2019.11.14 13:44

박성철ㅣ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지난 11월2일 우리 해군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오징어잡이 배를 발견했다. 이 배는 해군의 통제에 불응하고 경고사격 후에도 계속 도주했다. 해군은 추적 끝에 선박을 나포하고 북한 주민 2명을 체포했다. 조사해보니 이들은 선장과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당국은 이들을 북한으로 추방했다.

조사 중 북한 주민이 귀순할 뜻을 밝혔음에도 추방한 일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이들이 엔엘엘 침범 이후 도주하다가 체포된 점, 두 사람이 “죽더라도 조국(북한)에서 죽자”고 합의한 바 있는 점을 근거로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물론 살인죄를 저지른 흉악범을 받아들이는 위험성도 고려했다. 마치 체포 후 조사 과정에서 범죄사실을 진술해도 자수로 인정하지 않는 판단과 유사하다.

북한이탈주민 보호 법률에 따르면, “살인 등 중대범죄자, 위장탈출 혐의자 등”은 보호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보호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지 추방의 근거는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더구나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아야 하므로 추방할 수 없다고 한다.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의 입국금지 사유를 넓게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칠 염려가 있는 사람, 심지어 사회질서나 선량한 풍속을 해칠 염려가 있는 사람도 입국이 금지될 수 있다. 입국허가 여부는 국제법상 주권국가의 고권(高權)적 재량행위다. 외국인이라면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사람을 입국시키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들이 북한 주민이라는 데 있다.

이들을 추방하지 않고 우리 법정에서 처벌해야 옳은가? 이들은 북한 공민으로 북에 가족이 있고 그동안 북한에서 살았다. 피해자들도 모두 북한 주민이다. 범행도 북한 지역과 선박 안에서 일어났다. 그럼에도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논리만 적용하여 이들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북한 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보는 근거는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이다. 달리 헌법 또는 국적법 어디에도 북한 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명시하는 규정은 없다. 한편 헌법에는 분단된 현실을 전제로 하는 조항도 많다.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과 다르게 보는 법률도 있다. 북한 주민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본 대법원 판례도 있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북한 주민이 남한을 방문하고자 할 경우 통일부 장관의 방문승인을 받고 방문증명서를 소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만일 방문승인도 없고 방문증명서도 없다면 출입을 거부할 수 있다.(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출입승인이 필요없다.) 이 법은 남북한 주민의 왕래에 관하여 우선 적용되는 법률이다.

이번 사안이 아니더라도 북한 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관철하는 입장은 여러 현실 문제를 야기한다. 가령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은 폐쇄 전 월 74달러 수준이었다. 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임을 전제로 최저임금법 적용을 주장할 경우 2019년 기준으로 월 174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노동3권 기타 노동법을 북한 주민에게 그대로 적용한다면 북한에 투자할 기업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주장하며 대량 남하할 경우 우리는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도 통일부 전체 예산의 50%가량이 북한이탈주민 관련 예산이다.

경제적 궁핍, 정치적 박해 등을 이유로 북한을 떠나는 북한이탈주민을 인도적, 인권적 차원에서 살피고 돕는 일과 북한 주민을 일률적으로 우리 국민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른 문제다. 동·서독 관계처럼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상대 지역에 출입, 체류, 거주, 이주하는 문제를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일률적, 형식적으로 일관하는 관점은 마땅히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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