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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0 18:57 수정 : 2019.11.21 02:37

조명래ㅣ환경부 장관

진흙과 볏짚으로 지어진 제비 둥지를 본 게 언제인가 싶다. 50여년 전에는 서울에서도 초여름이면 처마와 다리 밑에서 입을 한껏 벌리고 먹이를 받아먹는 새끼 제비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빈 둥지만 보이는 썰렁한 겨울이 지나 이듬해 봄이 되면 다시 제비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곤 했다. 18㎝ 정도까지 자라는 참새목 제비는 인도차이나반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보낸 뒤 봄에 우리나라로 돌아와 번식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제비는 반가운 손님을 알려주는 새이자, 행운과 복을 가져다주는 새로 알려져 있다.

제비가 이번에도 반가운 손님을 모셔온다. 이달, 우리나라는 메콩 5개국, 즉 라오스·미얀마·베트남·캄보디아·타이 정상들과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제비의 남쪽 고향인 메콩은 티베트에서 발원하여 라오스 등 5개국을 거쳐 남중국해로 4020㎞를 흐르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이다. ‘메’는 라오스 등에서 어머니, ‘콩’은 크메르어로 강을 의미한다. ‘메콩’은 그래서 ‘어머니의 강’인 셈이다.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하여 오는 26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27일에는 장관급 한-메콩 회의가 정상회의로 격상하여 부산에서 열린다. 이는 우리나라의 신남방정책과 메콩 국가와의 협력 의지가 이끌어낸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를 기념하여 환경부는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의 개최지인 부산시 누리마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념관에서 한-메콩 생물다양성 협력 특별전을 연다. ‘메콩의 생명: 사람을 잇다, 미래를 연다’라는 주제로 2007년부터 메콩 국가들과 함께 이룬 생물다양성 보전 과정과 성과들이 전시되고 미래를 위한 상생협력의 본보기가 선보인다.

우리 정부는 메콩지역의 국립공원과 보호지역을 대상으로 생물다양성 공동조사를 수행해 지금까지 14개 우선 관리지역의 생물종 정보를 구축해왔다. 또한 활용 가능성이 높은 유용생물자원을 발굴하고 그 정보를 바이오산업계에 제공하여 신제품 개발을 돕는 민관협력도 함께 추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게나 불쏘시개로 쓰이던 캄보디아의 식물 디프테로카푸스 인트리카투스에서 미백, 주름개선 효능을 발굴하여 공동 특허를 등록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기술은 국내 중소 화장품기업에 이전되어 기능성 화장품으로 실제 출시됐다.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끝난 뒤 각국 정상들은 특별전을 둘러보면서 지난 12년 동안 함께 일구어낸 성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예정이다. 또한 메콩지역 생물다양성의 체계적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뒷받침할 한-메콩 생물다양성 센터의 설립도 소개된다. 2025년 미얀마 네피도에 설립되는 센터는 메콩지역 생물표본 수장고, 유용생물 천연물 추출실, 특허생물 대량증식장, 생물다양성 교육실 등을 갖추게 된다.

한-메콩 생물다양성 협력 특별전은 28일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한달 동안은 부산에서, 두달 동안은 인천에서 열린다. 세계적 희귀종인 미얀마별거북, 늘보원숭이 등 메콩국가에서 채집한 다양한 동식물 표본이 선보인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과 미얀마, 캄보디아 등의 연구진이 함께 만든 19권의 생물다양성 도감, 아토피 피부염과 항균·항산화 등에 효능이 우수한 유용생물자원, 그리고 개발 중인 신제품 등을 볼 수 있다. 향후 30년 동안 메콩지역 생물다양성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준비하는 한-메콩 생물다양성 센터의 활약도 미리 만날 수 있다.

흥부전에서 제비가 물어온 박씨는 자라나 금은보화를 가득 선물했다. 제비의 고향인 메콩은 이젠 우리에게 금은보화의 가치를 뛰어넘는 건강한 생명적 미래를 선물할 것이다.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우리나라와 메콩 5개국은 자연이 주는 멋진 선물을 함께 가꾸고 노력하여 상생협력의 미래를 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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