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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5 18:19 수정 : 2019.11.26 02:08

김동환 ㅣ 국제전략자원연구원장

한국 경제성장을 이끄는 성장동력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자동차,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주춤한 반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향후 10년 이상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만한 중요한 먹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전기차 배터리 수출 규모는 530억달러로 자동차 409억달러, 석유화학 501억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2025년까지 연평균 25~30% 성장률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5년 내 국내 최대 수출 품목인 메모리반도체(연평균 성장률 1.5~1.8%, 1500억달러 예상)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 산업 전망이 그리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와 가장 많이 비교되는 산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산업이다. 이들의 핵심 원자재는 규소(Si)다. 지각의 28%나 차지하는 풍부한 광물이다. 원자재 공급에 휘둘릴 걱정이 없다. 반면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가장 필수적인 주요 광물은 코발트(Co), 니켈(Ni), 리튬(Li) 등이다. 이 원자재들은 규소와 달리 매장량이 적고 지역 편재성도 심하다. 지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코발트 0.0023%, 니켈 0.0055%, 동 0.0075%, 리튬 0.006%다. 언제라도 원자재 수급 불안정 및 가격 급등 문제에 휩싸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이후부터 2018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리튬과 코발트의 연평균 가격 상승률이 각각 211%, 88%에 이르렀다.

이미 국내 배터리 생산 기업들한텐 원자재 수급 문제라는 그늘이 길게 드리워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2014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했으나 2018년 15.5%로 내려앉았다. 원재료 가격의 급등 및 불안정한 수급과 더불어,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의 약진에 따른 결과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콩고민주공화국(DRC)을 비롯한 자원부국의 원자재를 입도선매해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 체계를 구축하기까지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크게 놀랐던 우리 정부는 지난 8월5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원료 광물자원 확보에 관한 장기적인 대책은 누락됐다. 36쪽에 달하는 발표문을 샅샅이 살펴봐도 원료 물질―광물, 광물자원, 원료, 희유금속, 희소금속, 원자재 등―에 대한 단어 자체가 없다. 산업의 주춧돌인 원자재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아무리 기술이 뛰어난 분야라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원재료 확보는 폭발적인 전기차 수요 증가와 맞물려 이미 배터리 업체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됐음에도 우리 정부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한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서 안정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 하루속히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필요한 핵심 원료 광물자원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세우거나 광물자원공사 내 전담 부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광물-중간재-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중추나 다름없을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대외 정치 경제 여건에 따라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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