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7 18:21
수정 : 2019.11.28 02:35
우정렬 ㅣ 부산 혜광고 전직 교사
올해 수능은 지난해 ‘불수능’에 견줘 수학 나형과 탐구영역이 약간 어려웠을 뿐 국어, 수학 가형, 영어 등은 평이했다고 한다. 출제위원장은 학교교육을 정상적으로 받은 학생이면 누구나 풀 수 있고, 출제의 기본 방침도 과도한 수험 준비 부담을 덜고 학교교육 내실화에 기여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과연 수험생들이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며, 학교 공부만으로 가능한 일인지도 곱씹어볼 일이다. 인문고에 오랫동안 근무한 전직 교사로서 수능과 관련해 몇가지 지적을 하려고 한다.
첫째, 수능 문제가 제한된 시간에 견줘 정답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게 한다. 물론 한정된 시간 안에 수험생들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긴 하지만, 깊은 생각과 오랜 시간 걸려야 판단을 할 수 있는 문제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문항 수는 많고 시간은 넉넉하지 않은데 수험생들이 시간에 쫓겨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둘째, 국어영역 지문이 대부분 길고 난해한데다 통합형 지문이어서, 적절치가 않아 보인다. 지문이 한쪽 가득한데도 문제는 고작 3~4개에 그친다. 또 학교 수업이나 모의고사에서 다루지 않은 낯선 유형이 나오거나, 여러 원리를 비비 꼬아서 출제하면 아직 판단력이 부족한 수험생들은 풀기가 어렵다. 45문항을 80분에 풀어야 하는 것도 무리다. 문항 수를 줄이든지, 시간을 더 늘리든지 조정해야 할 것이다.
셋째, 수학의 경우 개념 이해와 사고력 측정에 중점을 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여러 단원을 복합시킨다거나 변별력 때문에 몇몇 문제를 고난도로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고난도 문제는 학교교육만으로 풀기가 어려우며 사교육을 부추기는 꼴이다.
넷째, 영어는 장문 독해가 많고 상당수 문제는 내용의 흐름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해서 까다로웠다. 34번 문제는 음악을 다룬 지문을 보면서 추론능력을 활용할 수 있어야 빈칸을 채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나마 영어는 절대평가여서 다행이라 여겨진다.
다섯째, 탐구영역에서는 선택과목 간 난이도의 형평성과 시험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탐구영역의 경우 매해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데 가급적 과목 간 난이도가 비슷하도록 해야 한다. 또 한국사와 더불어 두개의 선택과목을 같이 치르게 되는데, 일부 수험생의 부주의와 긴장으로 인해 매해 선택과목 응시순서 위반으로 전체 성적이 무효화되는 사례가 있어 개선책이 절실하다.
여섯째, 제2외국어는 해마다 과목 간 형평성 문제와 특정 외국어 편중 지원 현상이 제기되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늘 시험을 치르고 나면 제2외국어 8개 과목과 한문 과목에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특정 외국어 선택자가 유리해진다. 아랍어 선택자가 무려 70.8%나 되는데 현재 아랍어를 가르치는 고교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오로지 표준점수가 높게 나온다는 점에 착안한 선택인 셈이다.
일곱째, 검토 위원들의 위상 강화가 요구된다. 애매하고 난해한 문제에 대해 검토 위원들이 고교생이 풀기 어렵다는 점을 밝혀 출제를 막아야 했는데,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한다. 출제 위원들의 권위적·관료적 자세로 인해 비록 교육과정을 벗어나도 사고력과 창의력, 응용력으로 풀 수 있다고 항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수능을 하루에 치르는 것이 아니라 이틀간 보게 해야 한다. 현재는 하루에 180문항(제2외국어 포함 시 210문항)을 순수 시험시간만 352분(제2외국어 포함 시 392분)이나 치르게 돼 있어, 수험생이나 감독관 모두에게 무리다. 너무 많은 문제를 풀다 보면 실수도 나오고 피로 탓에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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