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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2 18:09 수정 : 2019.12.03 02:37

이강빈 ㅣ 녹색당 평당원

계절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그에 따라 사람들도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한다. 인간 사회도 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도 그에 맞춰 달라져야 고통이 덜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소수가 지배하는 사회다. 헌법 1조 2항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헌법 정신이 구현되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다.

2014년 3월27일 헌법재판소는 5 대 4로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는 정당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헌법 10조는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정당 가입 여부는 중대한 개인의 인권이므로 국가가 이를 보장하는 의무를 지는 것이라고 규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자유 제한은 인권침해라며, 국회에 관련 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과거 서독에서는 1976년 수많은 논의 과정에서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정치교육원이 보이텔스바흐라는 곳에서 학술대회를 열었다. 여기서 채택한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서독의 정치교육 단체와 기관들이 교육 지침을 마련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학교, 군대, 정치단체 등으로 확대되었고 정파를 초월하여 오늘날까지 독일의 전체 정치교육에 적용되고 있다.

보이텔스바흐 합의의 내용은 세가지로 구성돼 있다. ①정치교육에서 강압적인 교화 및 주입식 교육을 금지한다는 원칙 ②사회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사안은 교실에서도 논쟁이 되는 것으로 한다는 논쟁의 투명성의 원칙 ③정치교육을 통해 피교육자들은 당면한 정치 상황과 자신의 입장을 분석한 후 자율적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 등이다. 독일의 정치교육의 중립성은 이 보이텔스바흐 원칙에 내재된 개방성, 다양성, 참여성 등을 통해 유지된다.(강순후, ‘독일정치교육의 원칙: 보이텔스바흐 합의’)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같은 명확한 원칙을 세우지 않고, 어처구니없게도 정당법 22조와 국가공무원법 65조에 교원과 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해놓고 있다. 그야말로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불태운’ 격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겨레> 2019년 6월4일치에서 이문수 교장 선생님이 “정당 가입이 금지된 교원은 한마디로 정치적 금치산자다. 이런 처지에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제대로 가르칠 수가 있겠는가?”라고 한 말은 적절한 표현이다.

또한 정당 가입이 금지된 공무원들 역시 자신들의 기본권이 침해된 상황에서 과연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쪽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 통·반장의 경우가 그렇다. 통·반장의 업무는 공무원들이 짜놓은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향촌 자치 규약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통장의 업무는 민방위 통지서 전달, 주민등록 사실 조사, 정책 홍보를 상명하달식으로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환난상휼, 덕업상권, 과실상규, 예속상교 등 상호 부조의 아름다운 가치의 발효에 그 기본 업무의 특징이 있다. 결론적으로 공무원·교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 중립을 위한 조례 격에 속하는 원칙을 규정하여 규제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충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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