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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2 18:09 수정 : 2019.12.03 02:37

박선호 ㅣ 국토교통부 제1차관

길을 가다 보면 종종 공사 현장을 지나치게 된다. 가게 리모델링부터 고층 건물 신축공사까지, 크고 작음을 떠나 현장은 항상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안전과 환경 문제로 높은 가림막이 설치돼 있어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가림막 뒤의 공간은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의 7%에 이르는 200만 건설인의 일터다.

지난 70년 동안 건설업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의 경제를 일으키고 뛰게 한 심장이었다. 산업단지와 주택단지를 건설해 경제와 사회의 보금자리를 조성했다. 철길과 도로를 놓아 전국을 하나로 연결했고, 공항과 항만은 우리를 세계와 이어주고 있다. 건설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5%에 이를 만큼 건설산업은 지금도 우리 경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건설산업의 위상과 업적 뒤에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불법과 오랫동안 계속돼온 구조적 문제가 그늘처럼 드리워 있다. 건설 현장에서 전체 임금체불의 18%가 발생하고 있고, 지난해에만 48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한 만큼 보상받고 능력만큼 대우받는 공정문화를 정착시키고 채용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것 역시 시급하다.

정부는 건설 일자리 환경이 혁신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건설산업이 더 이상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될 수 없다는 인식 속에 2017년에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적정한 임금을 제때 주고, 체불되는 임금이 있다면 지급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체계적인 경력 관리를 위한 전자카드제와 기능인등급제도 차질 없이 준비 중이다. 국토교통부 소속 및 산하 기관의 건설 현장에서는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과 추석에도 임금체불이 발생하지 않는 등 가시적 성과도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19일에는 ‘건설 일자리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건설 일자리를 찾는 국민들이 더 많은 정보를 더 쉽게 제공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그간 보호가 미흡했던 건설기계와 엔지니어링 종사자들에 대한 맞춤형 보호와 함께, 점차 증가하는 여성·고령자를 위한 근무환경 개선 대책도 추가했다.

또한 건설 현장에서 땀으로 쌓은 경력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능인등급제와 전자카드제는 더욱 확산된다. 건설사가 부도로 파산하더라도 임금보장이 철저히 이루어지도록 임금직접지급제를 다듬었다. 좋은 일자리의 기본은 노동자의 안전인 만큼 안전장비 지원 등의 안전대책을 포함했으며, 조만간 건설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건설 일자리를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이번 대책은 정부, 노동계, 산업계, 학계 등이 모여 수차례 치열하게 논의하고 고민한 결과다. 현장에 잘 뿌리내린다면 건설 노동자의 고용과 생활 안전망은 더욱 촘촘해질 것이다.

경제 활력을 높이고 국민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마중물로서 건설 투자의 역할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 없이는 건설업의 위상과 명맥은 유지될 수 없다. 더 이상 높은 가림막을 핑계로 건설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외면해선 안 된다. 건설 노동자의 가치와 전문성이 제대로 평가받는 환경, 건설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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