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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9 18:22 수정 : 2019.12.10 02:08

김주영 ㅣ 공군 예비역 중위(사후 125기)

국방부가 긴장 중이다. 생업에 종사하는 청년들이 예비군 동원훈련에 따른 보상비가 고작 3만2천원에 불과해 정치권의 인상 요구가 나날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방부 내 예비군 예산 비중은 0.36%에 그치는 것이 현실로, 29만여명에 이르는 동원 지정자에게 몇천원을 더 주기도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예비군 제도에는 좀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예비군 훈련정책 보고서’(2019)에 따르면 미국(15일 이상), 이스라엘(54일 이상) 등으로 국내 2박3일 훈련과 큰 차이가 있다. 전력 강화를 위한 국내 동원훈련이 번갯불에 콩 볶기 식으로 열악하게 운영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한국은 유엔도 인정하는 군사강국이지만 출산율 저하 앞에서 대폭적인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미국·중국·일본·러시아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로 안보 태세를 느슨하게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 간극을 메꾸기 위해 국방부는 ‘정예 예비군'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할 텐데 쉽지가 않다. 당장 기간 연장을 시도하면 현역·예비역 대다수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청춘을 바친 젊은이들에게 역대 어느 정권도 피부에 와닿는 명예나 보상을 해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18세기 미국 독립전쟁 때 활약한 사상가 토머스 페인은 <상식론>에서 변화를 위한 ‘이익’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예비역 제도의 변화를 위해, 나아가 국가 안보를 위해 청년들의 이성과 도덕에만 호소할 수 있는 시절은 끝났다. 군 전역자의 명예와 보상 제고는 실질적인 것이어야 한다. 중동 이스라엘을 여행했을 때 여러 식당, 상점에서 군인(예비군 포함)을 대상으로 50% 이상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데 충격받았다. 이스라엘 청년들에게 지급되는 보상은 민관협력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국내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도록 정부가 판을 깔아주면 못 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명예는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국군 주요 업무인 대민지원 기능을 예비군 훈련에서 강화시키면 어떨까. 세월호 참사, 포항 지진, 강원도 산불 등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사고에 군은 늘 함께해왔다. 전역한 사회인으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위급 상황 때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재난·재해 군사대응력’일 것이다. 이를 위한 훈련 과정을 설계하여 예비군 중심의 국토 안전 교육을 마련하고, 참여를 희망하는 여성 등 일반 국민에게 그 기회를 넓힌다면 군 인식 개선은 물론 젠더 갈등도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예비군의 살짝 걸친 모자, 풀어 젖힌 전투복 상하의, 끈 풀린 채 구겨 신은 군화에 눈살 찌푸린 행인을 여럿 봤다. 공사다망한 사회생활로 체형이 변한 것이 한몫하는 것을 현역 때는 몰랐다. 겉은 그래 보여도 국가 위기 때 큰 전력이 될 수 있는 게 예비군이다. 국방 의무를 다한 청년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예비군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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