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6 18:12
수정 : 2019.12.17 02:38
장완규 ㅣ 용인송담대 법무경찰과 교수·법학박사
세상은 바야흐로 ‘○○테크’의 시대다. 핀테크, 밀리테크, 바이오테크, 애그테크 등으로 불리는 신조어는 금융, 군사, 생명과학, 농업 등의 기존 산업에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것을 뜻하는 용어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며 이는 곧 시장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분야는 자본 집중적이고 변동 주기가 길며, 정보의 비대칭 등의 이유로 기술혁신의 변화가 늦게 나타나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 이 부동산 분야에도 세계적으로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바로 프롭테크(proptech)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프롭테크란 자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부동산개발과 유지·관리 등 기존의 부동산서비스에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산업 분야를 일컫는다.
부동산은 개인이 소유한 자산 중 고가이며 매우 귀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그 거래 방법이 보수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집에서 컴퓨터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외국의 물건을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시대에, 매도인·매수인·공인중개사가 직접 만나고 종이계약서에 서명을 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서를 들고 법원(등기소)에 가서 소유권이전등기를 처리하는 등의 비효율적인 방식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따라서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의 도입으로 무자격 공인중개사를 걸러내고, 실시간으로 부동산 거래신고가 되며,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되고, 전자등기까지 원스톱으로 처리됨으로써 거래신고의 해태, 허위신고, 부동산 이중계약 등 기존의 잘못된 거래 관행을 근절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더욱이 거래 당사자가 도장 없이도 계약이 가능하고, 별도 계약서를 보관할 필요가 없으며, 확정일자의 자동 부여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주민센터 등에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져 무엇보다도 국민의 편의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자계약시스템의 이용은 도입 이후 총 7만8천여건으로 전체 부동산거래의 1%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아직까지 그 이용이 더딘 이유는 시스템을 이용하는 거래 당사자나 공인중개사가 이용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고, 막연한 불안감과 생소함으로 종이계약 체결의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 정보나 세금상 이유로 거래 당사자가 부동산 전자계약을 기피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은 얼마든지 인식의 전환으로 해소할 수 있는 것들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부동산 전자계약의 확산을 위한 토대로서 공공부문에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때다. 전자계약 이용 실적이 미미한데도 공공부문의 이용 실적은 꾸준히 늘어나는 까닭은 민간과 달리 공공부문은 정부 시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의무감과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부터 의무적인 전자계약의 시행을 도입하기 부담스러운 민간부문보다는 공공부문에서 우선 시범적으로 시행해나가면서 단계적으로 의무 도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공공임대주택 부문에 우선 적용함으로써 그 성공 사례를 늘리고 이를 전파함으로써 혁신과 변화를 주도해나가야 한다.
부동산 전자계약시스템은 프롭테크의 시작이자 올바르고 정확한 거래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어 이것이 주택 통계에 그대로 반영되면 좀 더 시의적절한 정부 시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전자계약시스템의 이용 활성화와 고도화를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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