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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8 18:11 수정 : 2019.12.19 16:37

박지웅 ㅣ 기획재정부 장관 정책보좌관·변호사

역대 통틀어 가장 강력한 주택시장 규제 정책에 위헌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 법률가는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규제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15억원 초과 주택의 담보대출을 금지한 것은 재산권 침해로서 법률에 근거해야 하는데, 법령에 그 근거도 없고(법률유보원칙 위반), 설령 법령이 있더라도 재산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해서(과잉금지원칙 위반) 헌법에 반한다는 것이다. 외견만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논리다.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과열 현상은 시장의 과잉 유동성에 상승 기대심리가 빚어낸 것이다. 하지만 거품을 그대로 방치하면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곪는다. 이 거품 현상에서 최종 승자는 초기 시장 과열에 올라탄 일부 참여자일 뿐, 대다수는 패배자가 된다. 이런 나라에선 무슨 정책을 내놓더라도 국민이 믿지 않는다. 시장의 근본인 신뢰와 안정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시장개입은 최소화하는 것이 옳지만, 시장개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개입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정부가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헌법 제119조 2항). 헌법재판소도 정부가 경제정책을 입법할 때 그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는 이유다.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는 정도에 따라 입법 수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 재산권을 직접 제약하는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부동산 세제는 조세법률주의(헌법 제59조)에 따라 엄격하게 국회에서 심사하지 않을 수 없다. 통과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결국 재산권을 직접 건드리지 않는 긴급 처방은 금융정책인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가 아니고선 불가능하다. 그리하여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과 같은 규제는 은행법(제34조)이나 은행업감독규정(제29조의 2)에서 명시적으로 최소한의 규정은 하되, 그 비율에 대해선 광범위하게 금융당국에 재량권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지만, 다른 기본권과 달리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재산권은 생명권과 같은 절대 기본권과는 다르다.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헌법 제23조 1·2항). 따라서 재산권을 제한하려면 재산권 행사의 대상인 객체가 지닌 사회적 연관성과 사회적 기능이 크면 클수록 입법자가 광범위하게 제한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토지 재산권 같은 부동산은 강한 사회성이나 공공성으로 다른 재산권보다 강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헌법재판소 1999년 4월29일 94헌바37결정).

시장의 과열을 방지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은 시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공익적 가치다. 폭등·폭락으로 시장이 요동쳐 거래 당사자 일방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할 때, 정부가 마냥 손을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공익적 가치를 이유로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지만, 그 정도를 최소화하거나 다른 수단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판단하면 된다. 먼저 초고가 부동산이나 이외의 부동산 거래를 막은 것도 아니다. 담보인정비율의 조정을 통해서 시가 15억원을 초과한 부동산에 대해서 일시·잠정적으로 규제할 뿐이다. 일시적 과잉인 가수요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여러 수단 중에서는 가장 덜 침해적이고 효과적 수단이다.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가변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국가는 국민의 보금자리고, 국민 없는 국가는 없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지방의 붕괴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견되는데, 정부의 고육지책 없이는 우리 사회가 더 심한 위기에 빠질 것이다. 이번 대책이 과잉처럼 보이지만, 헌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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