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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5 17:48 수정 : 2020.01.16 02:35

이현종 ㅣ 전남 여천고 교사

<한겨레> 1월7일치 박병기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장의 ‘왜 다시 민주시민 교육을 말하는가?’는 의미 있는 의견이다. 촛불 혁명이 이뤄지고, 대통령이 바뀌고, 구시대 적폐를 청산하여도 상당수 국민들은 무엇이 바뀐지 모르겠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그렇다. 대통령이 바뀌고, 교육감이 바뀌어도 실제 교실에서는 무엇이 바뀐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박병기 원장의 지적처럼 민주주의는 삶의 양식이다. 민주주의는 지식이나 구호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실현되어야 하는 삶의 양식이어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가 대통령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참여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말과 상통할 것이다. 그래서 제도 개선과 더불어 그 제도를 운영할 능력을 기를 민주시민교육도 필요하다.

그 능력을 기르기 위한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는 곳이 학교이다. 그런 측면에서 박병기 원장의 의견처럼 전국 시·도 교육청과 교육부가 관심을 갖고, 대학들이 이론적 기반을 마련해가는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박 원장도 “이제 남은 과제는 이런 노력들이 어떻게 학교 현장과 만날 수 있는가이다”라고 했으나, 동시에 “우리 학교가 과연 얼마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걱정이 앞서는 현실”이라고 우려한다.

걱정이 이해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도 민주주의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육이 지식으로만 이루어졌고, 그 지식마저도 학교만 벗어나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교과서처럼 현실이 그 지식을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시도되고 있는 민주시민교육도 마찬가지이다. 교육 환경이 함께 변해야 성공할 수 있다. 물론 거시적으로는 경쟁적 입시제도, 차별적 취업 실태, 불평등한 사회 구조 등이 함께 바뀌어야 하겠지만, 학교에서도 바로 바뀌어야 할 환경이 있다. 민주시민교육이 성공하기 위해 우선 학교에서 개선되어야 할 몇 가지를 제시해본다.

지금까지 어떤 정책이든 연구물만 던져주며 시범운영이란 이름 아래 예산과 승진 점수로 얽어매었던 방식으로 성공한 적이 거의 없다. 연구자들이 직접 학교 현장으로 와서 교사·학생과 함께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어려운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가며 보완하고 발전시켜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학교 현장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연구는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학생 자치기구인 학생회의 자치권이 제대로 자리 잡아야 한다. ‘교사 아래 학생’이라는 관념과 제도를 그대로 두고 민주시민교육을 하는 것은 노예에게 민주주의를 교육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적어도 학생 자치회 운영에서는 학생 개개인이 참여하여 자신의 인권을 지키고, 상대를 존중하는 훈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제도가 갖추어져야 한다.

또한 교사들의 회의기구인 교무회의도 의결기구화되어야 한다. 모든 결정을 교장이 하는 현재의 학교 체제로는 교사들에게 능동적 활동을 기대하기 힘들다. 학교 승진 체제를 바꿔야 마땅하지만 우선 교무회의 의결기구화만이라도 필요하다. 그래야 교사들이 능동적으로 학교 운영에 참여하며 민주성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민주성을 체험하지 못하는 교사가 어찌 민주시민교육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조건들은 지식으로 가르치는 민주시민교육이 아니라 삶의 양식으로서 민주시민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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