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14 18:04
수정 : 2005.02.14 18:04
자본주의 기본논리는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다”는 것이다. 운 좋게 점심에 초대받았더라도 최소한 호스트의 생색을 겸한 인사말, 즉 런천 스피치는 들어야 한다. 인터넷도 알맹이 있는 데이터에 접속하려면 돈을 지불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 대신 돈을 내주는 기업의 광고를 봐주어야 한다.
방송광고도 마찬가지다. 물론 광고가 짜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방송에서 광고를 모두 걷어낸다면 현재 월 2500원의 시청료를 100배 정도 올려야 한다. 시청자의 56%가 광고에 거부감을 표시한 최근 조사도 있었지만, 만약 그 대신 월 25만원씩 수신료를 부담하라고 하면 과연 어느 쪽을 택할까? 실제로 미국에는 광고를 없애는 대신 시청료를 크게 올려받는 케이블방송도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공짜 점심이 없다’는 논리는 그대로 통한다. 국영방송인 CCTV 11개 채널에 모두 광고가 들어가며 광고 총량 비율도 우리보다 많은 20%나 된다. 중간광고가 허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솔직히 전 세계에서 중간광고가 금지된 나라를 찾기 힘들 정도이다.
그런데 최근 정동채 문화부 장관의 중간광고 허용검토 발언에 대해 모든 신문들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물론 중간광고에 대한 오해도 있지만, 신문과 방송의 광고물량 쟁탈전 앞에서는 논리나 설명이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우선 중간광고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프로 중간에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프로나 시사, 뉴스를 제외한 특집극이나 연예오락 프로에 한해 1시간에 1회 90초 정도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면 시청자들은 질 높은 대형물을 즐길 수 있고 방송사는 프로의 다양성과 차별성으로 매출증대를 기하며 기업은 광고효과의 증대로 경영효율화를 기해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방송사들은 영화나 대형 특집물을 1, 2부로 나누어 방영하는데, 사실은 편법으로 중간광고를 집행하는 것이므로 이제는 제도화해야 할 때가 되었다. 게다가 요즘 한류 열풍으로 드라마의 수출이 늘고 있는데, 외국에서는 중간광고를 넣기 때문에 중간광고 삽입을 감안한 구조로 제작하면 수출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흔히 중간광고가 나오면 시청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경쟁체제에서는 시청률과 광고단가가 연계되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프로그램 질 향상에 노력할 것이다. 미국의 하이틴 시트콤 〈프렌즈〉는 30분짜리에다 중간광고가 있는데도 시청률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선정성이나 저질 프로를 우려하지만 방송위원회의 엄한 제재가 감시하고 있다. 게다가 모델의 잠재성 이미지까지 신경을 쓰는 광고주가 그런 저질, 비난의 프로에 뒷돈을 대지도 않을 것이다.
요즘 광고시장이 워낙 어려운데다 방송광고가격의 규제로 인해 신문에 비해 방송광고 효과가 크다는 인식 때문에 방송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하지만, 규제가 없어지면 매체별 광고운영이 더 합리적으로 되어 경쟁력 있는 신문은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서울대의 연구보고도 있다.
우리는 100만에 가까운 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고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기업뿐이다. “지엠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다”는 말을 음미할 때가 되었다.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은 사회당 출신이면서도 “프랑스의 부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 속에 프랑스의 위상을 정립하는 것은 기업이다”라고 강조했다. 우리야말로 지금은 기업경영에 걸림돌이 되는 것부터 제거해주어야 한다.
중간광고는 우선 기업이 절실히 바라는 것이다. 모든 제품은 광고를 통해 상품으로 거듭나기 때문에 소비심리를 자극해준다. 결론적으로 중간광고는 전체의 물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광고의 효율을 기할 수 있으므로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국에서는 모든 기업이 중간광고를 하는데 우리 기업만 역차별 받아서야 되겠는가.
김동현/한국광고단체연합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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