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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2 18:44 수정 : 2005.02.22 18:44

25일로 노무현 대통령 취임 두 돌을 맞는다. ‘노무현 시대’ 2년은 무척 시끄러웠다. 그의 대통령 당선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였지만, 그 이후 펼쳐진 재신임 발언 파문, 국회의 탄핵소추, 4·15 총선,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 등에 비할 바 아니었다.

파란만장한 2년 동안 노 대통령은 여러가지 일을 했지만 몇 가지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첫째, 과거 대통령들이 틀어쥐었던 ‘절대 권력’을 스스로 포기했다. 대통령인 자신과 청와대 비서실, 그리고 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탈권위’에 몰두했다. 권력형 비리가 많이 사라지고, 검찰·경찰의 정치적 독립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히 노 대통령의 치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권한을 지방정부로 넘기는 ‘분권’ 작업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분권과 탈권위는 노무현 정부 초반의 확실한 특징이다.

둘째, 정부 고위직 인사에서 지역 안배를 철저히함으로써 그런대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노 대통령 취임 두 돌을 맞아 〈경향신문〉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222개 정부 요직 가운데 영남은 37.4%를, 호남은 24.3%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일보〉는 1급 이상 302명의 출신지역을 분석해 영남 36.1%, 호남 24.5%라고 분석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권력기관의 탈권위화, 지방분권, 정부 요직 인사 지역 안배에 주력해서 성과를 내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역감정에 정면으로 맞서 부산 출마를 여러차례 강행했던 그는,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지역 문제에 대한 그 나름의 진단과 처방을 갖고 있었다. 1993년 일찌감치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만들고, 90년대 후반 싹이 돋기 시작한 ‘지방분권 운동’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미루어, 지역갈등의 근본적 원인이 과도한 중앙집권에 있다는 것을 꿰뚫어 보았던 것 같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그가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은 단순히 충청권의 표를 얻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지역갈등과 지방분권에 대해 오랫동안 성찰한 탄탄한 이론적 배경이 없었다면 그런 공약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성과가 있으면 부작용도 따르는 법이다.

권력기관과 중앙정부의 탈권위화는 개별 조직의 비합리성과 비효율성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검사동일체 원칙과 총장의 리더십으로 유지됐던 검찰의 일관성은 무너진 지 오래다. 속된 표현으로, 재수 없이 독한 검사 만나면 골로 간다는 말이 나돈다. 검찰에 총장이 100명쯤 있다는 얘기도 있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은 ‘하지 말라’는 지시는 많이 받고 있지만, ‘무슨 일을 하라’는 지시는 별로 받아본 기억이 없다고 한다. 유능한 직원들을 놀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 안배 인사도 각 조직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경찰 안에서는 경상도가 다 말아먹는다고 아우성이다. ‘5공 장학생’들이 수뇌부에 포진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산하 단체나 공기업 여러 곳에서는 부산·경남(피케이) 출신들에 대한 인사특혜 시비가 자꾸 불거지고 있다.

중앙 부처는 어차피 보는 눈들이 워낙 많으니 지역 편중이나 정실 인사를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외청이나 공기업 등 청와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은 사정이 다르다. 호남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호남 차별’ 목소리는 고위직 때문이 아니라 이런 ‘아래쪽’ 때문에 증폭되고 있다.

문제는 노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이 ‘아래쪽’의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데 있다. 답답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집권 3년차에 들어선다. 좀더 깊이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정부 부처와 권력기관, 공기업의 효율성을 챙기고 중하위직 인사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분권을 하는 마당에 새삼스럽게 청와대가 개입을 해서는 곤란하지만, 점검과 평가는 끊임없이 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해먹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성한용 정치부장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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