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22 18:48
수정 : 2005.02.22 18:48
백화점 ‘웰빙’ 코너는 고급 수입차를 비롯해 음식·레저·아기들 분유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매출이 늘고 있다. 웰빙 열풍은 몸짱·얼짱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딩크족과 나홀로족도 이 대열에 합류시켰다. 그런데 정작 안전을 통해 행복한 삶을 꿈꾸는 ‘안전 웰빙족’이란 단어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 그리고 정신적인 안정을 외치면서도 정작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쓰이는 비용에 딴죽을 걸고, 타인에 대한 배려 또한 소홀하다.
예를 들어 승강기(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등)의 경우, 건축주가 아파트나 건물에 설치를 끝내고 난 뒤 입주민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에 모든 것을 이관하게 되고, 관리사무소 쪽은 대부분 승강기 유지·보수업체를 선정해 위탁·관리하게 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승강기 관리 용역보수료는 월평균 몇천원 미만인데도, 승강기 안전운행을 위한 비용이 비싸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정기적인 점검을 하지 않아도 별 탈 없이 운행되는데 굳이 투자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편리하게 이용은 하지만 공동의 재산이다 보니 개인이기주의가 발동하는 모양이다.
도로에서도 안전 불감증은 반복된다. 엄격히 금하는 운전 중 휴대폰 통화는 물론, 어린아이나 애완견을 운전석 옆자리에 안전띠도 하지 않은 채 태우고 운전하는 몰지각한 미시족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운전 중 이런 행동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안전한 삶은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이롭지만, 그 만큼의 관심과 적절한 투자가 이뤄져야 결실을 볼 수 있다.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정신적으로 안락한 삶’ 역시 위험적인 요소에서 완전히 벗어났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천재지변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가 생활 속에서 지키고 관리해,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웰빙이 아닐까.
매년 아파트나 건물에서 발생한 승강기 갇힘사고는 하루평균 14건(한해 5천여건)에 이른다. 물론 대부분의 갇힘사고가 안전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철저한 안전규칙의 준수와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 서울에서는 승강기 안전사고로 인한 119구조대의 출동 횟수가 교통사고·화재보다도 많다고 하니, 정기적으로 승강기를 검사하고 진단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짚어보게 한다. 이런 내용은 비단 승강기 안전사고에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안전사고 대부분이 나와 우리 가정과는 무관하다는 안이한 생각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부터는 시대에 걸맞게 ‘안전=웰빙’이라는 새로운 경향으로 생각하고 사고해야 진정한 웰빙문화도 실현될 수 있지 않을까?
유대운/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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