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2.24 19:14 수정 : 2005.02.24 19:14

집권 두 돌을 맞아 참여정부의 성적표가 각종 매스컴에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농업·농촌정책에 관한 평가는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농촌 문제가 주요 언론의 관심권에서 사라진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참여정부에 대한 총체적 평가는 입장에 따라 다양하지만 경제 분야의 성적은 평균 점수에 미달하는 것 같다. 그 이유가 경기 침체와 양극화로 인해 일반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면, 농촌 실정에 비추어 볼 때, 참여정부의 농어촌 분야 정책 평가는 경제 분야 전반보다도 훨씬 좋지 않을 것 같다.

최근의 한 조사 결과를 보면, 농촌생활에 만족한다는 농민은 10명 중 1명에 지나지 않고, 5년 전에 비해 농촌생활 수준이 약간이라도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농민은 10명 중 1.8명, 5년 후의 농촌생활이 현재보다 살기 좋을 것이라고 전망한 농민은 10명 중 1명이 안 된다. 농가인구의 급속한 감소와 초고령화, 실질소득의 감소와 농가부채의 급증, 도시와 농촌 간의 소득격차 확대, 농촌 내 불평등의 심화, 농촌의 낙후된 복지 및 교육여건, 식량자급률의 날개 없는 추락 등 농촌 현실을 고려할 때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활력 잃은 농촌, 희망 잃은 농민.” 이것이 우리 농업·농촌의 현주소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두고 참여정부 2년의 농정을 평가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오늘날의 농업·농촌 문제는 개발독재 이래 지난 40여 년 농업·농촌을 희생해 온 경제정책의 누적된 산물이지 참여정부 2년의 잘못은 아니다. 그렇지만 참여정부 2년 동안 농업·농촌의 사정이 나아진 것이 없고 오히려 나빠지고 있는 점, 참여정부 농정이 농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대 정부에 비해 나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참여정부는 농어업·농어촌 문제의 해결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지난해에는 10년 동안 119조원의 투융자 계획을 담은 농업·농촌대책을 수립하고, 농어촌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특별법도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강력한 의지와 실천계획에도 불구하고, 10년 후 우리 농업과 농촌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나아질 것이라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전체 방향이 여전히 농업·농촌에 대해 불리하게 움직이고 있고, 농정이 10년 혹은 20년 후의 농업·농촌의 장기 전망과 비전에 기초한 청사진에 의해 수립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참여정부 농정 가운데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혹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거나 혹은 했지만 잘못한 일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농협개혁의 핵심사항인 중앙회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이해 당사자인 농협중앙회에 맡긴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하며, 도시인들의 농지소유를 실질적으로 무제한 허용하여 농지투기를 조장하는 농지법 개정은 해서는 안 될 일이었고, 잘못된 쌀 협상 전략으로 인해 쌀 관세화 유예를 관철하기 위해 너무 많은 대가를 치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정부의 농정 실패를 거들고 있는 점이다.

참여정부의 남은 3년 농정이 실패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농업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출범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경제정책과 농정을 전면적으로 재편하여야 한다. 농업·농촌을 개방화 시대의 성장의 걸림돌 정도로 인식하는 경제 관료와 재계의 잘못된 농업관을 불식하고, 오늘날 선진사회에서 새롭게 평가되고 있는 농업·농촌의 가치(식량안보,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의 안정 공급, 국토 및 환경의 보전, 경관 및 휴양공간의 제공, 전통 및 문화의 계승, 노동과 생명을 존중하는 인간교육 기회의 제공 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것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일정표를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인뿐 아니라 소비자, 노동자, 재계, 정부 등 각계각층이 모두 참여하여 농업·농촌의 가치와 위상에 대한 국민 대토론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그에 기초하여 농정 이념 및 목표, 추진방법을 규정한 새로운 농업·농촌기본법을 제정하여야 한다.

박진도/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