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01 18:36
수정 : 2005.03.01 18:36
선진국형 장기 모기지론을 선보인 한국주택금융공사가 2일 창립 첫돌을 맞았다. 금융공사는 집값의 30% 정도만 있으면 내 집을 구입할 수 있도록 20년 장기 분할상환 방식의 모기지론(장기주택담보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공사 모기지론은 고정금리여서 시중금리가 오르더라도 원리금 부담은 그대로여서 국민들이 마음 놓고 장래를 설계할 수 있다.
금융공사는 지난 1년 동안 3조3000억원의 모기지론을 공급해, 4만7000여명의 무주택자를 지원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3조원이 넘는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국내 장기 채권시장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런 성과는 지난해 침체된 부동산 경기와 지속된 저금리 추세를 고려한다면 평가할 만하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낯선 장기 모기지 제도를 소개하고 인식 전환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일이다.
시중은행 등 민간금융기관을 선도해 장기 모기지 시장을 구축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시중은행을 통해 공급된 장기 모기지는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시중은행의 장기 모기지는 변동금리 상품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지적돼온 단기주택담보대출을 장기화함으로써 제도도입의 목적인 주택금융의 만기구조개선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주택금융시장에서 민간 금융기관과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선진적인 장기 모기지 시장을 정착해나가는 것이 공공기관의 구실이다. 최근 일부에서는 시중은행과의 과열경쟁을 우려하지만 오히려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국내 장기 모기지 시장이 정착되면 금융공사는 대형 채권발행기관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외국 유수의 민간금융기관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사는 민간금융기관 이상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선진국 공공기관들도 국제시장에서 민간 투자은행들과 어울려 치열한 전투를 치름으로써 공공자금의 효율적 운용을 도모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공사가 민간시장의 발전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공공자금의 효율적 이용은 물론 금융시장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금융공사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 주택금융시장을 건전하게 육성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설립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공사는 공공기관으로서 보장된 시장 내 우월적인 지위에 안주하지 말고 시장구조의 선진화와 관련 상품의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예컨대 대출심사기법을 고도화하고 이를 민간에 보급해 우리 금융시장의 안정성 확보에 기여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들의 소득수준 및 소비행태에 적합한 상품 개발, 서비스 전달체계의 다양화 등 숙제가 산적해 있다.
고성수/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