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02 19:56
수정 : 2005.03.02 19:56
아주 중요한 일이 갑자기 시작되고 조용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꽤 있다. 그것이 개선 쪽이 아니라 개악일 때가 더 그렇다.
올해 들어 인천에 있는 중학교들 사정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방학 근무를 나갔다가 겨우 알게 됐다. 애초 신청했던 예산을 터무니없이 줄여 배정한 탓이라 한다. 1학년 13학급이 11반으로, 2학년 10학급이 9반으로 줄었다. 방학날까지 예정에 없었던 감원 교사 수가 무려 5명이나 되었다. 방학날까지는 교사 2명을 더 늘린다고 희망에 들떠 있었다. 중요한 학교예산을 기본 학교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작정 그리고 이렇게 갑자기 줄여버리면 학교는 신입생이 아니라 있는 학급을 줄여가면서 이런 살림살이로 적응을 해야 된다는 말인가!
10년도 넘는 긴 세월 동안 학급당 인원을 조금씩 줄여왔다. 37명의 학급 안에서 집단이 아닌 아이들 낱낱의 얼굴이 보이고 살필 수 있게 된 여유를 누린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날벼락처럼 올해는 42명에서 46명이 빼곡하게 들어찬 교실에서 살게 되었다. 요즘 힘든 경기에 숨가빠하는 사람들이 많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어서 교사들 수업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나빠진 경제를 느끼고 견디며 살고 있다.
그런데 학급당 인원이 늘어나면 가장 큰 피해는 아이들이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다. 단 10분도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씨름을 하는 교실에서 아이들 한명 한명의 존재는 엄청난 비중을 갖고 있다. 그뿐인가. 쉬는 시간 아이들 세상인 교실 공간에서 책상이 없는 빈 공간까지 가득 채운 교실을 이 아이들은 또 얼마나 숨막혀할 것인가.
한 학년 10학급에서 3학급이 더 늘어난 아이들로 학교는 늘어난 숫자의 몇 배쯤 더 소란을 겪었던 기억들이 있을 줄 안다. 도시 학교에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신입생이 들어올 때마다 아이들이 조금 더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줄어든 학급수이기를 꿈꾼다. 학생들의 복지에서 최우선 순위는 마땅히 줄어든 학급 인원수에서부터 헤아려야 할 거다.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십년도 넘는 세월을 뒷걸음질치는 인천교육의 미래를 우리는 이렇게 묵묵히 견딜 수밖에 없는지 답답한 마음 하소연할 곳이 없다.
민영희/인천 논곡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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