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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3 20:34 수정 : 2005.03.03 20:34

새학기가 시작될 때쯤이면 출연 연구소에서는 ‘이번에 누구누구가 대학으로 옮긴다더라’라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해진 것 같다. 이는 요즘 대학들이 정부가 요구하는 평가기준을 맞추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능력 있는 연구원들을 대거 교수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는 이런 일들이 뉴스가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능력 있는 연구원들의 이직으로 연구 수행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넓은 관점에서 보면 우수한 연구인력들이 풍부한 연구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고 학-연 간 협동연구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을 꼭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박사학위를 받고 몇 년 동안의 ‘포스트 닥터’ 과정을 거친 신진 연구자들이 바로 대학교수로 가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팀에서도 몇 번에 걸쳐 연구원을 뽑았지만 동시에 대학에도 지원하여 교수로 채용되면 너나없이 대학을 선택한다. 물론 여기에는 교수와 연구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근무환경의 차이가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면에서 생각해 볼 때, 이러한 현상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해야 할 이들 신진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따고 독자적인 연구환경을 갖추느라 중요한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이다. 그럴 시간에 이미 연구 환경이 잘 갖춰진 자기 연구 분야의 연구소에서 일정 기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그 성과를 기반으로 해서 대학으로 옮겨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당국의 교수 채용 정책에 큰 변화가 요구된다.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지만 일정 나이 이상이 되면 교수로 잘 뽑지 않거나 연구소 경력을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것 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오히려 연구 경력이 풍부한 연구자를 우선적으로 뽑는 방식을 통해 신진 연구자들이 먼저 연구소에서 많은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연구소에서도 중견 연구자들이 대학으로 옮길 때 협력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학과 연구소가 한정된 연구인력을 놓고 제로섬 게임을 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인력 선순환 구조를 통해 협력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추구하면 연구 인력의 기반은 더욱 확고해지고 효율적인 활용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한석희/한국과학기술연구원 나노소자연구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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