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10 19:45
수정 : 2005.03.10 19:45
한승조 고려대 명예교수가 일본의 우익 월간지 〈정론〉 4월호에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는 오히려 행운이고 축복해야 할 일이며 일본인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실어 우리를 분노케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국권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에서 러시아에 병합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만약 러시아에 먹혔다면 한국은 공산화를 면할 수 없고, 스탈린 통치형태를 보면 한국민의 저항을 짓밟기 위해 수많은 사람(1000만명 이상)이 학살되었을 텐데 일본에 병합됨으로써 민족을 보전하고 근대화가 촉진됐으니 다행이라는 주장이다.
군대위안부와 관련해서는 “전쟁 중에 군인들이 여성을 성적인 위안물로 이용하는 것은 일본만의 일이 아니며, 그렇게 많은 사례도 아니었는데 굴욕을 당했다는 노파를 내세워 몇번이나 보상금을 요구하는 것은 고상한 민족의 행동이 아니다”라고 망언을 했다.
올해는 ‘한-일 우정의 해’라는 점에서 양국 간 우의를 다지고 북핵 문제와 과거사 현안 논의를 위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양국 간 외교장관 회담을 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지금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독도의 날’ 제정 움직임과 주한 일본대사의 독도 영유권 주장 발언, 노무현 대통령의 일제 식민지 ‘배상’ 발언이 맞물려 일본 내의 여론이 냉담해 우리 외교부 장관의 일본 방문이 무기한 연기되었다. 이 시점에서 일제 지배의 정당성을 찬양하는 한 교수의 글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고 정당화될 수 없다. 한승조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낱낱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언론이 자유롭고 자신의 주의주장이 옳다고 해도 역사를 가정해서 이적의 논리로 조국을 배반하고 더럽히는 한승조 교수는 정신이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술 취한 잠꼬대인지 반문하고 싶다.
참으로 일본지배가 ‘축복’이라는 망언이 한국 정치학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자체가 부끄럽기 짝이 없고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듯하여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지난 일제지배하에서 우리의 국권을 빼앗기고 자유를 억압받던 36년의 긴 세월 동안 우리는 민족자주권을 되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와 눈물을 흘렸는가. 일제에 나라를 잃어 조국을 등지고 만주와 시베리아, 중국대륙을 유랑하며 대한독립을 꿈꾸다 여순 감옥에서 옥사한 민족사학자 단재 신채호 선생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한승조 교수, 그는 정말 나라 잃은 설움이 얼마나 피눈물 나는 일인지 알기나 하는가? 오로지 구국의 일념으로 독립을 외치다 만주벌에서 백골이 된 수많은 청년들과, 국내의 독립투사들이 흘린 피땀을 어찌 그리도 무참히 깔아뭉개버리는가?
일제식민치하에 우리 주권을 되찾기 위해 거족적으로 펼쳤던 항일독립투쟁을 부인하고 있는 한 교수는 즉각 일본으로 떠날 것을 촉구한다. 그는 결국 대한민국의 정통성마저 부인하는 꼴이기에 이 땅에서 살아갈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신영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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