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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31 19:10 수정 : 2012.12.31 19:10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1) “정부의 정책을 국민과 어떻게 소통할까?” (2) “국민과 소통할 때 정부가 지켜야 할 정책은 무엇일까?” 전자는 정책의 소통(Policy Communication), 후자는 소통의 정책(Communication Policy)에 대한 질문이다. 둘은 연관성이 있지만, 다른 차원의 질문이고, 명확한 선후 관계가 있다. ‘정책의 소통’은 기술의 문제이고, ‘소통의 정책’은 원칙의 문제다.

이명박 정부의 소통 실패는 ‘소통의 정책’은 없이 ‘정책의 소통’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통에서 중요한 쌍방향성 대화라는 원칙이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라디오, 인터넷 연설’보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책(聽策) 워크숍’과 같은 형태를 고려했어야 맞다.

새로운 정부가 고려해야 할 ‘소통의 정책’은 무엇일까?

1. 투명성: “시민의 ‘알 권리’는 시민의 ‘살 권리’이다.” 서울시 시민 알 권리 10대 원칙의 첫째 항목이다. 작년 서울시 공무원을 만난 자리에서 박원순 시장이 내부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대답은 ‘과감한 정보공개’였다. 실제 서울시는 정보공개정책과를 신설하고, 내부 간부회의까지 공개하는 투명 소통 실험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9월 국회 행정안전위 김현 의원이 제출받은 행정안전부의 ‘2008년 이후 정보공개 청구 및 처리현황’을 보면, 정보공개 청구건수는 늘고 있지만, 중앙행정기관은 20%를 비공개로 처리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는 ‘비밀로 분류할지 말지 고민되면 공개하라’는 원칙을 갖고 기밀서류를 그 이전 부시 행정부의 6분의 1로 줄였다. 서울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모든 행정정보를 공개·공유”하도록 원칙을 세웠다.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집에서 강조한 ‘투명한 정부’ 실현의 중요한 밑바탕은 과감한 정보공개에 있다.

2. 인사이드 아웃: 윤창중 수석대변인이 ‘밀봉’된 봉투를 기자들 앞에서 열어 인수위원장 인선 내용을 ‘읽었다’. 박선규 대변인은 인수위 인선과 관련해 “모른다”는 말로 일관했다. 이러한 모습은 당선인과 내부 인사 간에 소통이 잘 안되고 있다는 불안한 느낌을 준다. 소통은 내부 소통이 먼저 원활하게 된 상태에서 외부로 나가는 방식, 즉 ‘인사이드 아웃’이 중요하다. <한겨레>는 물론 <조선일보>에서도 ‘밀봉’이 박 당선인의 소통을 지적하는 키워드가 되어가고 있음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3. 룩 다운: 국내 관객 300만명 돌파를 앞둔 화제의 영화 <레 미제라블>에 나오는 음악이다. 궁핍해진 시민의 삶을 살펴보라고 외치는 민중의 함성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전경련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를 먼저 찾아간 것을 두고 좋은 평가가 있었다. 구체적 ‘액션’은 국민들과 소통하는 좋은 수단이다. 정봉주 전 의원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박 당선인이 만일 쌍용차 농성촌과 고공농성장을 찾게 되면 민주당으로선 정말 싸우기 힘든 상대가 된다. 우리로선 뼈아프지만 그렇게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근혜 당선인이 ‘룩 다운’하면서 민생을 돌봐 ‘민주당을 힘들게’ 해주기 바란다.

4. 듣기: 정부의 소통 개선에 있어 말하기보다는 듣기가 더 중요하다. 광운대 이종혁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정부의 소통 조직을 국민에게 잘한 것을 알려주기보다 듣기 싫은 목소리를 대통령에게 전하는 ‘간언’ 조직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서울시의 온·오프라인 청책 워크숍은 일종의 ‘간언 채널’로서 눈여겨볼 만한다.

박 당선인은 일관되게 ‘원칙’을 강조해왔다. 소통에 있어 ‘정책의 소통’ 이전에 ‘소통의 정책’을 먼저 생각해보는 ‘소통 대통령’이 되길 새해 아침에 바라 본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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