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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 도시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1980년대 말부터 불어닥친 신도시 열풍이 어느덧 30년을 넘어가고 있다. 당시 절대 부족한 주택 공급과 열악한 주거 수준을 개선하고자 추진되었던 신도시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또 많은 것을 앗아갔다. 우리에게 준 것들은 말하지 않아도 다들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거나 육박했다. 뻥뻥 뚫린 대로들, 동네마다 보이는 푸른 근린공원 등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도시 인프라와 편리한 집 내부 구조는 사람들을 열광시켰고, 분양받아 놓기만 하면 팍팍 올라주는 주택가격은 주민들을 열광시키다 못해 패닉상태로 몰아갔다. 그렇게 30년 넘게 우리나라 주택공급의 절대다수를 차지했던 신도시는 도시인구 증가율의 감소와 함께 대량 미분양 사태를 맞으며 건설경기 후퇴라는 벽에 부딪혔다. 대량 표준개발에 대한 반성도 뒤따랐다. 더 이상 신도시는 만들지 말자는 공감대가 정부와 일반에 암묵적으로 형성된 듯도 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또 한번 신도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도권에 그린벨트(법상 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고 부족한 임대주택을 신도시로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서울·경기·인천의 반응이 미적지근한 가운데 건설 논리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을 보며 사뭇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이번 정부는 도시재생을 위하여 50조원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도시재생이란 무엇인가. 침체된 기성 시가지, 즉 신도시가 아닌 기존의 시가지 활성화와 정비를 위해 그 돈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산업이 발전하다가 어느 정점에 이르고 난 뒤부터는 쇠퇴하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구의 많은 나라가 그런 현상을 겪었으며, 도시재생이라는 사업을 통해 산업구조 변화와 도시정비를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침체는 서구의 현상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서구의 도시침체가 전통산업의 쇠퇴 및 경기침체라는 이슈와 맞물려 진행된 것이라면, 우리의 도시침체는 개발도상국 시절 고도의 성장률이 선진국에 가까이 가면서 정체되기 시작했다는 데 우선 그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에다 기성 시가지의 침체는 무분별한 신도시 조성에 기인했다는 점이 중요한 원인이라 할 것이다. ‘무분별하다’고 쓴 이유는 신도시가 도시구조의 전체적 맥락을 이해하여 계획적으로 입지했다기보다는 대량의 저렴한 토지를 찾아 주로 도시 외곽이나 심지어는 도시 경계를 넘어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90년대부터 이렇게 건설된 수많은 신도시는 대도시, 중소도시를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추진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고층·고밀의 아파트 세상인 신도시로 입주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기성 시가지의 단독이나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던 주민이었다. 또한 신도시에서 제공되는 과다한 상업·업무용지는 기성 시가지의 상업·업무 활동을 침체로 몰아갔다. 시청을 비롯한 행정관청, 주요 상업·업무시설들이 신도시로 옮겨가거나 신설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원래 있던 기성 시가지는 쇠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게 되었다. 지난 30여년 동안 기성 시가지는 신도시로 인하여 자체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개발 수요와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기성 시가지 쇠퇴 지역의 노령화율이 도시 평균을 웃돌고, 기성 시가지에 거주하는 주민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통계도 있다. 2017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51.8%는 단독주택에 거주하고 28.1%만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반면, 고소득층의 15%만이 단독주택에 거주하고 74.5%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압축적인 도시를 가진 나라이면서도 가장 긴 통근시간을 가진 이상한 도시구조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오명은 덤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했기 때문에 많은 재원을 쏟아부으며 기성 시가지의 정비와 활성화를 제고하려고 한 것이 아니던가. 수도권의 수많은 기성 시가지 주민들과 도시재생 전문가들이 의욕을 가지고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신도시 조성을 또 하겠다는 것은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임대주택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은 알지만 꼭 이런 방식이 최선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이밖에도 논란의 여지는 많다. 민감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과 수도권이라는 특수한 지역에 국한된다는 점, 인구감소로 소멸지역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이다. 여러 가지 정책과 서로 모순되면서, 논란의 땔감에 불을 지피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안타깝다. 인구감소 시대 개발 수요는 제로섬이나 마이너스 섬 게임이다. 어느 한곳에 과도한 개발이 집중된다는 것은 어느 한곳은 더 침체되거나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토정책, 그리고 도시정책에서 좀 더 길고 넓게 볼 여유는 없는 것일까? 외국여행을 다니면서 아름답고 독특한 외국 도시의 경관에 탄성을 터뜨린다. 단순히 이국적인 것을 떠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경관과 미관이 우리를 놀랍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도시들은 왜 저렇게 될 수 없냐고 반문한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경제적으로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라는 선진국이지만, 여전히 권위주의적 자본주의가 개입된 도시계획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이슈 논쟁 - 3기 신도시 조성]
정부가 수도권에 3기 신도시를 조성할 방침을 밝힌 이후, 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인천 계양구 테크노밸리, 경기도 남양주시 왕숙, 하남시 교산, 과천시 과천지구에 신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경계에서 2㎞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서울과 인접한 지역들이다. 정부는 신도시 조성을 통해 서울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시킨다는 취지인데, 과거 신도시 건설 경험으로 볼 때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라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3기 신도시 조성에 대해 각각 반대와 찬성 입장을 가지고 있는 김상조 국토연구원 도시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과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견해를 나란히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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