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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06 16:22 수정 : 2019.05.06 19:09

운전.노인운전/게티이미지뱅크

“저런 거라도 살살 끌고 다닐 수 있으면….” 길을 걷다 저속으로 달리는 2인승 전기차를 보며 어머니가 혼잣말을 하셨다. 일흔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언제부턴가 장거리 운전이 부담이 된다며 종종 시외버스를 이용하신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운전대 놓을 일을 걱정하신다. 현재로선 딱히 대안 교통수단이 없으니 막막하신 모양이다.

대도시의 어르신들은 자가용 운전을 못 하더도 당장 발이 묶이지는 않는다. 시내 이동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부모님이 사는 읍내에는 지하철은 물론이고 시내를 도는 노선버스조차 없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오가지만 걷기 부담스러운 거리는 콜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자전거를 타기도 하지만 연세가 들수록 그마저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운전을 못 하면 생활 반경이 그만큼 좁아진다. 외출 횟수도 줄어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될 우려도 크다. 이 때문에 고령 운전자 스스로 위험을 알면서도 운전대를 쉽게 놓지 못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고령운전에 대한 관심은 면허 반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보인다. 위험하니 운전하는 걸 막으려면 운전면허증 반납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지점에서 맴돈다. 이동권 보장은 구색 맞추기로 슬쩍 걸쳐 놓았을 뿐이다. 통계만 놓고 봐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대책은 미룰 수 없는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2013~2017년 전체 차 사고는 2% 증가한 데 비해 65살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는 73.5%로 큰 폭으로 늘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인센티브를 내놓고 고령자 면허 반납을 독려한다. 면허를 반납하면 10만~2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나 상품권을 지급하는 식이다. 그 덕분인지 올 들어 면허 반납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배 이상 훌쩍 늘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면허 반납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아동수당을 늘리고 각종 인센티브를 쏟아내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다. 고령자 면허 반납도 마찬가지다. 실제 운전을 하고 있는 고령 운전자가 소액 교통비 지원을 받으려고 면허를 반납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면허 반납자 대다수가 장롱면허라면 교통사고 예방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운전면허 반납은 단순히 기능 하나를 포기하는 데 그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회생활에서 밀려난다는 소외감과 상실감이 뒤따른다. 이에 대한 공감이 우선이다. 최근 일본의 한 고속도로 회사에서 만든 광고 영상이 이를 정확히 짚고 공감을 끌어냈다. 광고는 79살 할아버지가 면허 반납 전 마지막으로 손수 운전을 해 부인과 운전 졸업여행을 다녀오는 이야기다. 여행 막바지에 자녀와 손주들이 마중 나와 ‘운전 졸업식’을 연다.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하며 앞으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더 멋진 여행을 다니시라며 응원을 보낸다. 면허 반납 후 할아버지는 중고 자전거를 장만한다.

광고의 특성상 감성적인 면을 부각했지만, 더 이상 운전을 못 하게 된 어르신이 겪게 될 상실감을 이해하고 공감해줄 필요성을 잘 전하고 있다. ‘고령운전=위험’이라는 시각만으로 면허 반납을 유도하면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운전 졸업에 뒤따르는 상실감을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대중교통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어르신들에 대한 대안을 촘촘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전국 몇몇 지역에서 이미 운행 중인 ‘오지마을 희망택시’는 좋은 예다. 농어촌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지역에서 버스 기본요금만 내면 인근 읍면 소재지까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일본 한 지역에서 시험운행하는 정기권 택시도 참고해볼 만하다. 어르신들이 한산한 낮시간대 병원이나 마트 등 목적지와 자택 사이를 오갈 때 균일요금을 적용받아 일괄 계산하는 방식이다. 읍면 소재지의 병원, 약국, 시장 등을 도는 마을버스도 고려해봄직하다. 면허제도 자체를 손봐서 ‘고령자용 면허’를 따로 만들자는 제안도 있다. 대중교통 취약 지역에서는 장거리 운행은 금지하되 주간 단거리 운행은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지혜를 모으면 지역 실정에 맞게 어르신들의 이동권을 지켜줄 대안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고령자의 이동권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닥칠 미래다.

박주희
‘반갑다 친구야!’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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