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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2 18:02 수정 : 2019.12.23 09:51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갈무리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갈무리

신지
민 ㅣ 문화팀 기자

“검색어에 내 이름이 오르고 그 인물이 아니냐고 얘기하는 분이 많은데, 난 아니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유재석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유산슬 1집 굿바이 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기자들이 관련 질문을 한 적도 없는데도 말이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앞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충격] 단독, 또 다른 연예인 성 추문 고발’이라는 제목으로 생방송을 진행해 한 연예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과의 인터뷰 녹취를 공개했다. 이 여성은 성추행을 한 연예인이 당시 <무한도전>에 출연한 사람이라고 주장했고, 진행자인 강용석 변호사는 “바른 생활 스타일의 연예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자 <무한도전>에서 가장 바른 사나이로 꼽혔던 유재석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유재석은 ‘선의의 피해자’가 되고야 말았다.

가세연을 통해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에 당한 이들은 유재석뿐만이 아니다. 앞서 가세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한 여배우와 연관이 있다는 것처럼 폭로하는 방송을 했고, 당사자로 애꿎은 한 여배우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조 전 장관도 그 여배우도 피해자가 됐다. 가세연은 이렇게 실명은 밝히지 않아 논란만 만들고 명예훼손은 피하는 방식으로 방송을 해왔다.

폭로 방식 역시 굉장히 선정적이다. 가세연은 가수 김건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의 인터뷰를 전하면서도, 지나치게 자세한 묘사와 선정적인 내용을 담았다.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이 호기심만 자극하는 데 집중하면서 이 사건을 가십처럼 소비했다. 범죄 여부가 핵심일 뿐, 사건 실체를 파악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면 구체적인 묘사는 굳이 필요 없다.

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적는 기성 언론의 행태는 2차 가해를 낳았다. 보기에도 민망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쓰고,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온라인상에서 많은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한국기자협회·여성가족부는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 공감 기준’을 만들어 “성폭력·성희롱 사건의 가해 방법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을 지양하고, 피해자를 ‘성적 행위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는 선정적 묘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이 또한 유명무실이다.

가세연처럼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 클릭 장사를 위한 선정적 보도를 하는 유튜브 채널을 거르거나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플랫폼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감독을 받고 있지만,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 등 국외 사업자에 대한 법적 제어 장치는 없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가 허위조작정보를 걸러내지 못하면 관련 콘텐츠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세연의 유튜브 방송을 정지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그런데도 유재석의 기자간담회 이후 가세연은 “유재석 첫 단독 기자회견 이유”라는 제목으로 생방송을 진행했다. 가세연 쪽은 “결혼 발표 이후 처음으로 단독 기자회견을 했다는데, 얼마나 이례적이냐. 얼마나 급했으면”이라고 말했다. 마치 유재석이나 김태호 피디가 자신들의 폭로를 의식해서 급하게 기자들을 모은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놀면 뭐하니?>(MBC) 제작진은 가세연의 폭로가 있기 전에 취재진에게 공문까지 보낸 상태였다. 기본적인 팩트 체크도 안 한 탓에 착각에 빠진 가세연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안타까울 지경이다.

가세연이 보여준 ‘클릭 수 장사’를 조장하는 황색 저널리즘, 말초적인 신경을 자극하는 폭로 저널리즘은 언제든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또 다른 2차 가해도 낳을 수 있다. 이것을 ‘저널리즘’이라는 이유로 용인해도 되는 걸까. 이것을 과연 ‘저널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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