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6 19:00
수정 : 2020.01.07 09:31
장정욱 ㅣ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해 12월 말 중국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총리가 한국 대통령에게 2016년도에 후쿠시마 원전 내에 있는 서브드레인(subdrain, 우물)의 오염수를 희석하여 해양배출한 오염수 속의 삼중수소 농도가 국내 원전 월성원전(중수로)의 배출량보다 약 133분의 1로 적다는 점을 들면서, 후쿠시마 사고로 나오고 있는 대량의 방사능 오염수 처분에 대한 과학적 의론을 요구했다’고 한다.
일본 총리의 발언은 과학적으로 타당성을 찾아볼 수 없는 궤변 내지는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내세운 오염수는 인근 국가들이 우려하는 고농도 오염수가 아니라, 서브드레인에서 퍼 올린 저농도 오염수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고 전부터 지하수를 퍼 올리는 ‘양수 드레인’ 57기를 원전 주위에 설치·가동하고 있었는데, 사고로 파손된 후 2015년 10월까지 서브드레인으로 이름을 변경하여 42기를 설치했다. 해안 가까운 곳에 ‘지하수 드레인’ 5기도 새로 건설했다.
서브드레인에서 퍼 올리는 지하수는 원전 속의 녹은 핵연료 및 원전 지하에 고여 있는 고농도 오염수와 ‘접촉하지 않은’ 저농도 오염수인데도, 마치 이들과 접촉한 고농도 오염수처럼 왜곡하여 비교한 것이다. 즉, 서브드레인에서 퍼 올린 저농도 오염수는 저장탱크 속의 고농도 오염수에 비해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매우 낮다. 2019년 12월12일 현재, 부지 내 저장탱크 991기에 보관되어 있는 118만톤 정도의 고농도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는 약 100만베크렐/리터로 이를 배출 기준 6만베크렐/리터 이하가 되게 바닷물로 희석하여 해양배출할 계획이지만, 서브드레인이 퍼 올린 오염수의 배출 기준(농도)은 저장탱크 속 고농도 오염수의 배출 기준에 비해 40배나 낮은 물(1500베크렐/리터)이다.
한편, 지난달 23일 일본 정부의 관련 위원회는 고농도 오염수의 처분 방법으로 해양배출, 대기방출, 2가지의 병행이라는 세 방안을 제시하면서, 배출 기간과 방법의 선택을 일본 정부에 위임하였다. 그런데 고농도 오염수를 해양배출할 경우, 삼중수소 이외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했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저장탱크 속 고농도 오염수의 약 75%는 다른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는 상태로 재정화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후쿠시마현의 지역신문(<후쿠시마 민우> 12월25일치)의 조사를 보면, 후쿠시마산 해산물을 “구입하고 싶지 않다”는 후쿠시마현 주민의 비율이 현재의 20%에서 해양배출 시 31%로 증가하는 결과가 나온다. 지역 주민조차 꺼리는 해양배출을 강행하려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가해자로서의 책임감은커녕 최소한의 양심조차 망각한 것으로밖에 판단할 수 없다.
심지어 후쿠시마 사고 전 배출 시의 농도규제와 함께 적용하고 있었던, ‘총량규제(목표치)’, 즉 연간 배출량 농도 제한 기준은 배제하고 있다. 총량규제의 적용에 관한 논의는 전혀 없이, 1∼3년 단기간 내 고농도 오염수를 대량 배출할 계획만을 앞세워 도쿄전력의 처분비용 경감을 중시한 꼴이다. 그러나 사고 원전 속에 녹은 핵연료와 고여 있는 고농도 오염수가 완전 제거되지 않는 한(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들과 접촉한 지하수, 다시 말해 고농도 오염수가 향후 수십년 동안 계속 발생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사고 원전의 중장기 수습 계획 개정안을 통해 현재 매일 150∼170톤 발생하는 고농도 오염수를 2025년까지 100톤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배출량이 줄더라도 결코 안전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일본 총리의 궤변에 대해 즉각 반론하지 않는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최소한의 검증조차 없이 그저 일본 보수 언론의 기사를 ‘직격탄을 날렸다’는 제목으로 퍼 옮기는 국내 보수 언론의 무지 내지 선정적 보도 형태에는 씁쓰레한 기분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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