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2 17:59
수정 : 2020.01.13 09:26
정남구 ㅣ 경제팀 기자
한국은행이 22일 2019년 국내총생산(속보)을 발표한다. 3분기까지 성장률은 1.9%에 그쳤다. 관심의 초점은 4분기 성장률이 높아서 연간 성장률이 2%를 넘길 것이냐에 쏠려 있다. 세계금융위기 여파로 성장률이 0.8%로 떨어진 2009년 이후 우리나라 성장률이 2%를 밑돈 적은 없었다. ‘10년 만에 2%를 밑도는 성장’은 우울한 이야깃거리가 될 만하다.
2%를 넘길지 못 넘길지는 어차피 0.1%포인트가량으로 판가름날 것이다. 액수로는 1조9천억원이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1단위 늘었을 때 국민소득이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나타내는 재정승수가 0.4라고 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못 쓰고 넘어갈 예산 5조원가량을 재촉해 집행하면, 0.1%포인트는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정부도 연말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렇게 0.1%포인트 끌어올린다고 국민 생활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성장률이 2%를 넘긴다고 선방했다고 박수 치는 것은 우습다. 반대로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돌면 정부 경제정책이 실패한 것일까? 그런 판단법은 옳지 않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2019~2020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5~2.6%다. 성장률이 이를 크게 밑돌게 된 원인을 따져보고, 구체적인 정부 정책을 논하는 것이 옳다.
성장률 하락의 첫 번째 원인은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수출 여건 악화다. 한국은행 분석으로는 미·중 양국이 서로 추가 관세를 매김으로 우리 수출이 줄어 성장률을 0.2%포인트 갉아먹었다. 또 이로 인한 불확실성이 투자와 소비를 줄여 성장률을 추가로 0.2%포인트 떨어뜨렸다.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불황에 접어든 것도 성장률을 떨어뜨렸다.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통신산업의 국내총생산 비중은 2017년 1분기부터 2018년 3분기 사이 10.2~11.3%였으나, 그 뒤로는 10%를 밑돌고 있다.
세 번째 원인은 건설투자 감소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건설 경기를 적극 부양해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그 후유증을 해소하고자 문재인 정부는 건설 경기 조정을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건설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줄었는데, 건설업 생산액은 3조원가량 줄어들면서 3분기 누적 성장률을 0.22%포인트 끌어내렸다.
이렇게 세 가지 원인이 성장률을 0.6%포인트 이상 갉아먹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따져보는 게 우선이다. 성장률을 고려해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했을까? 동의하기 어렵다. 재정정책은 어땠는가? 2019년 정부 예산은 2018년보다 9.5% 늘었다. 5조8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도 편성해 썼다. 정부 지출은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재정 투입에만 기댄 성장’이라고 비판할 게 아니라, 정부 지출이 성장 잠재력을 유지하기에 충분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사실 경기변동에 따라 출렁거리는 성장률을 정부 정책의 최종 성적표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정부가 잘못된 길로 가도록 유도하는 문제점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건설 경기 부양책에 매달렸던 것처럼, 대규모 설비투자를 앞당기라고 정부가 재벌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는 일은 요즘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경기변동에 따라 출렁거리는 성장률보다 정부 경제정책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목표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를 따지는 게 더 중요하다. 현 정부는 가계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늘고 경제가 선순환을 한다고 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폈다. 2018년에는 민간 소비가 2.8% 늘어나며,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성장률(2.7%)을 웃돌았다. 그런데 2019년에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고용률은 올랐지만 초단시간 노동자 비중이 매우 높아, 시장 소득 기준으로 가계소득이 의미 있게 늘었는지 걱정스럽다. 국내총생산 통계 발표는 문제 해결로 향하는 정책 논쟁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jeje@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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