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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2 18:25 수정 : 2005.01.02 18:25

정말 참혹한 일이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해일로 인해 사망자만 해도 10만명에 이를 것이라니, 게다가 전염병마저 예고되고 있다니 가혹하기 그지 없다. 인류 대참사를 지켜보며 떠오른 것 중 하나가 새만금 사업이다. 지진해일 화두에 뜬금없이 새만금 이야기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그 역시 ‘황금알’ 환상에 빠져드는 것 이상으로 재앙의 미로들을 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 갯벌의 뭇 생명체들에게는 이미 대재앙이 진행되어 왔다. 방조제 공사가 시작된 이래 새만금 갯벌은 토사가 아이들 키 넘게 쌓여 죽은 뻘로 바뀌고 있고 백합 등도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이것은 어쩌면 ‘새만금 나비효과’라고도 부를 수 있는 재앙의 기척이 아닐런지. ‘나비효과’란 가령 서울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짓을 해도 뉴욕에서 폭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새만금 나비효과’라 한다면 새만금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이나 완공되었을 때 나타날 재앙적 사태를 말한다.

2002년 8월, 500여mm의 집중호우로 낙동강 하류지역이 장기 침수되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엄청났었다. 1987년에 준공된 낙동강 하구둑이 물빠짐을 느리게 했기 때문이란다. 2003년 7월에는 겨우 60mm의 비가 내렸는데도 하구가 새만금으로 뻗쳐 있는 동진강 지류인 고부천 상류지역의 들판이 침수된 적이 있다. 총연장 33km의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완성되어갈수록 부안과 김제 일대의 대규모 침수 위험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예견하는 주민들은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

‘새만금 나비효과’가 불러일으킬 재앙적 사태들은 새만금 인접 내륙의 침수 피해에서부터 새만금의 갯벌 및 생명체 궤멸, 그리고 해양연구원이 발표했듯 목포에서 황해도 연안에 걸쳐 새만금 바깥 해역 해양생태의 파괴 및 변동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하고 예측불허의 형태로 일어날 것이다. 새만금에서 수십km 떨어진 부안 위도 주민들이 핵폐기장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것도 ‘새만금 나비효과’로 위도 어장이 파괴되어 먹고 살기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두달여 전 부안, 김제, 군산, 장항 등지의 새만금 연안 피해어민 1천여명은 상경하여 국회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서해 어민 다 죽는다, 새만금 사업 즉각 중단하라.”, “죽음의 방조제를 걷어내라, 재앙이 시작됐다.”, “4공구를 즉각 트고 갯벌을 숨쉬게 하라.” 새만금 사업 반대는 환경단체들만의 몫이 아니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주민들의 반대운동이 있어 왔다. 주민들이 다시 들고 일어서고 있다. 생존권을 위해, 그리고 생존권을 넘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생명-환경의 생태적 삶과 지속을 위해. 바꿔 말하자면, 주민들은 ‘새만금 나비효과’에 따르는 재앙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동남아 대재앙에서, 안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리 없는 동물들이 한 마리도 사체로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보도는 의미심장하다. 재앙을 직감하여 피신할 수 있는 동물들의 능력은 생태적 인지능력이 아닐까. 새만금 연안 주민들의 요구와 경고 역시 ‘새만금 나비효과’가 초래할 재앙사태를 예감하는 동물적 인지능력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실로 현지 주민들은 도래할 무수한 재앙의 기척들을 탐지해낸다. 그것은 돈으로 바꿀 수도 없고 자로 잴 수도 없다. 생태의 마음으로만이 가늠할 수 있으리라.

프리초프 카프라는 <생명의 그물>에서 박테리아나 식물은 뇌를 갖지 않지만 인지능력의 마음을 가진다고 했다. 새만금은 도박하는 자들의 개발주의 뇌로 계산할수록 재앙을 불러들일 터, 몸-환경이 인지하는 생태의 마음으로 흐르게 해야 한다. 자연의 대재앙을 그렇게 두려워하면서도 새만금 재앙의 미로들을 축조하는 어리석음 앞에, 이번 지진해일을 피한 스리랑카의 멧돼지가 보내온 메시지. ─죽음의 4공구를 터라, 해수 유통을 시켜라!


고길섶/문화과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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