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새누리당, 국정원 ‘감싸기’ 아니라 ‘개혁’할 때 |
국가정보원의 간첩혐의 증거조작 사건을 놓고 새누리당은 갈림길에 섰다. 당내 기류도 묘하게 엇갈린다. 이른바 ‘친이계’ 등을 중심으로는 남재준 원장 사퇴, 국정원 개혁론 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친박계’ 의원들은 침묵하고, 그 사이 몇몇 의원은 여전히 국정원 감싸기를 계속하고 있다.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새누리당이 보인 행동은 스스로 돌아봐도 창피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김진태 의원의 ‘중국 후진국’ 발언은 그만두고라도 ‘실세 중의 실세’로 꼽히는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주심양 한국총영사관을 문제 삼을 게 아니라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를 문제 삼아야 한다”는 따위의 말로 연일 국정원을 감쌌다. 친박 핵심 의원의 이런 주장은 사건 자체의 사실관계에 대한 잘못된 확신을 당내에 심어주며 대응책을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한 중요한 요인이었다. 증거조작의 실상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새누리당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다.
집권여당이라면 정국 현안에 대한 중심을 잡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며 상황을 이끌어가야 한다. 권력 내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통해 대통령이 잘못된 판단에 빠지지 않도록 조언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완전히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할 텐데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작은 서류 하나 조작한 것인데 국정원을 흔들어 대는 것은 북한에서 가장 좋아할 일”(이철우 의원), “정보기관을 압수수색한 것부터 잘못”(김진태 의원) 따위의 어이없는 발언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여야 구분이 있을 수 없다. 국회 차원에서 해야 할 일도 많다. 증거조작의 진상은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본다고 해도 국정원의 사후 은폐와 검찰 수사 방해 등은 국회가 나서서 진상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을 직접 국회로 불러 엉터리 자체조사보고서를 만든 경위, 그 과정에 남 원장의 지시나 묵인이 없었는지 등을 철저히 따질 필요가 있다. 대공수사권 이관 등 미뤄놨던 국정원 개혁에도 다시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증거조작 사건은 기본적으로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쥐고 있는 상황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폐해다.
국정원의 국기문란 행위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새누리당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도 넓다. 새누리당이 계속 국정원 감싸기를 하는 것은 6월 지방선거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전략으로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민심’을 너무 가볍게 보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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