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7.21 21:53 수정 : 2019.07.22 00:39

일 참의원 선거, 자민·공명 과반 넘어
견제 만만찮아 ‘개헌선’ 확보는 못해
트럼프 “한·일 원하면 갈등 개입”시사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자민당과 연립정당인 공명당이 선출 의석의 과반수를 넘게 차지했다. 일본유신회를 포함한 개헌세력이 참의원 전체 개헌선인 3분의 2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아베 총리는 “큰 승리”라 주장했지만 아베 정권에 대한 견제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이라 볼수 있는 결과다.

2012년 2차 아베 내각이 출범한 이래 치러진 여섯번의 선거(지방선거 포함)에서 이번만큼 한국 내 관심이 높았던 적은 드물다.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논의가 기로에 선 탓도 있지만, 한-일 관계에 강공 일변도인 아베 정권의 향방을 가늠하는 선거라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자민당의 ‘선거용 전략’이라고만 보는 것은 지나치게 좁은 시각이다. 하지만 중의원·참의원 모두 개헌선 확보라는 ‘양 날개’를 아베 정권이 달 경우, 정권의 독단적 결정이나 독주를 견제할 장치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컸다.

아베 총리는 선거 과정 내내 “책임있게 논의하는 정당이냐, 무책임하게 심의조차 거부하는 정당이냐”를 강조하며 개헌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노후생활 2천만엔 부족’ 보고서에 따른 국민연금 사태, 소비세 인상 문제 등 야당들이 거세게 제기하는 이슈를 희석화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자민당의 선거 구호 ‘새로운 시대’가 상징하듯 일본의 ‘전후 70년 질서’를 바꾸겠다는 야심에 다름 아니다. 일본에서 개헌은 하원 격인 중의원의 3분의 2, 상원 격인 참의원의 3분의 2가 발의하면 국민투표에 부쳐져 과반수로 결정된다. 2017년 중의원 선거에서 80% 가까운 개헌세력을 확보했던 아베 총리는 줄곧 2020년 개헌을 언급했다. 이번에 3분의 2를 얻지 못해도 일부 보수적 야당세력을 공략해 개헌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란 예측이 많다.

문제는 이런 아베의 계획이 ‘전쟁을 포기한다’고 명시한 평화헌법 위에서 번영을 이뤄왔던 일본의 전후체제를 뒤흔드는 것은 물론, 최근 정세와 맞물려 동아시아 등 국제사회의 긴장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무역보복 행태를 두고 국제여론은 비판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경제적으로뿐 아니라 지정학적으로도 ‘일본의 자해가 무모하다’고 지적한 게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엊그제 “한·일 정상이 원하면”이란 단서를 달면서도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 또한 한-일 관계가 단순히 두 나라의 문제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서 보듯 과거를 반성 않고, 현재의 국제무역질서마저 무너뜨리는 일본이 ‘전쟁이 가능한 국가’가 되는 것을 달가워할 주변국이 있겠는가.

‘탈아입구’를 일본이 외치던 100여년 전과 지금의 국제질서는 완전히 다르다. 한국 또한 더 이상 일본의 ‘위협’에 흔들리는 나라가 아니다. 일본은 24일까지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여부에 대해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아베 정권이 현명한 선택을 하길 촉구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