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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5 17:46 수정 : 2019.08.05 18:53

제1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아르카디아>(감독 타케모토 요시노)의 한 장면. 제천국제영화음악제 누리집 갈무리

제1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아르카디아>(감독 타케모토 요시노)의 한 장면. 제천국제영화음악제 누리집 갈무리
오는 8일부터 열리는 제1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일본 영화 7편이 예정대로 상영될 거라고 한다.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 배제에 맞서 제천시의회가 상영에 반대하는 등 영화제에서 일본 영화를 상영하지 말자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이런 반대 여론에도 영화제 사무국과 제천시가 일본 영화를 상영하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본다.

일본 정부의 ‘경제 도발’이 아무리 부당하더라도 민간 교류 행사까지 중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예술가를 비롯해 두 나라의 양식 있는 시민들이 여러 방면에서 활발하게 문화 교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화 교류는 ‘위안부’ 피해자와 ‘징용’ 피해자에 관한 역사적 진실을 알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통로다. 아베 정부의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도 결국 일본 시민들한테서 나온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일본 영화 상영 방침을 밝힌 영화제 사무국은 출품작들이 정치적인 내용과 거리가 먼 순수 예술작품이고, 일부 작품은 다른 나라와 합작한 것이라는 근거를 들었다고 한다. 우리 국민의 감정을 고려한 절제된 설명이라고 본다. 이를 ‘비정치적’인 작품만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으로 오독해서는 곤란하다. 반인륜적이거나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작품이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게 옳다.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강제 철거한 일본 정부의 조처를 ‘만행’으로 규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민간 부문의 이성적인 태도에 견줘, 일부 정치인의 거친 언행은 도가 지나치다. 자유한국당은 지역에 간 대통령이 횟집에서 식사를 한 것을 두고 ‘스시’ 운운하며 공격하더니,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산 청주를 마신 것을 두고 ‘사케’ 운운하며 비난하고 있다. 아베 정부보다 문재인 정부 공격에만 열을 올리다가 갑작스레 극단적인 애국주의자 면모를 과시하는 것도 어처구니없지만, ‘반일 감정’을 정치공세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너무 드러나 보인다. 도쿄까지 여행금지구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 발언도 국민을 통제 대상으로만 보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우경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기꺼이 양심적인 목소리를 내는 일본 시민들이 적지 않다. 그런 시민들과 가치를 공유하고 연대를 확대하는 것이 아베 정부의 도발을 극복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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