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7 18:28
수정 : 2019.08.0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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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과 두 아들 모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박수신씨가 지난 5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와대에 공개서한을 전달하기 전 삭발식을 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전신질환 인정, 피해단계 구분 철폐, 정부 내 가습기 살균제 정부 TF팀 구성, 월 1회 피해자 정례보고회 개최' 등을 요구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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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과 두 아들 모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박수신씨가 지난 5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와대에 공개서한을 전달하기 전 삭발식을 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전신질환 인정, 피해단계 구분 철폐, 정부 내 가습기 살균제 정부 TF팀 구성, 월 1회 피해자 정례보고회 개최' 등을 요구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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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노동 관련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재계와 정치권에서 거세지고 있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을 개정해 기업 부담을 덜어주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이미 화평법 시행규칙 등을 고쳐 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는데도 기업에서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적 재난과 참사를 막기 위해 설계된 각종 장치를 일본의 경제도발을 이유로 손쉽게 풀어줘선 안 된다.
화평법은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계기로 제정됐다. 기업들이 신규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할 때 등록 또는 신고하도록 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언론은 익명의 재계 관계자를 인용해 등록 물질이 최대 7천개에 달하고, 비용도 최대 4억~5억원이 든다며 소재 국산화의 걸림돌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미 등록된 물질 343종의 평균 등록 비용은 1200만원에 불과하고, 등록 기한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유예돼 있다. 화관법은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사고에 적절히 대응하자는 차원에서 2015년 시행됐다. 2012년 경북 구미 공장에서 불화수소가 누출돼 주민 5명이 숨진 사고가 계기가 됐다.
정부가 지난 5일 환경 절차 간소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는데도 소재 국산화 촉진을 위해 화평법·화관법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규제를 완화해보자는 속셈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주 52시간제 적용을 제외하거나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도 너무 지나친 감이 든다. 이미 기업이 제품 국산화 과정에서 특별근로연장을 신청하도록 하는 등의 대책이 나온 만큼 법 자체를 손대는 건 신중해야 한다.
화평법·화관법 등의 환경 규제는 수년에 걸친 사회적 논의 끝에 본격 시행된 지 이제 1~4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들 장치를 지난 20년 가까이 해내지 못한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걸림돌로 지목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일본 도발에 대처하는 일이 시급하지만 오랜 논의 끝에 가까스로 마련한 각종 사회적 안전판을 마구잡이로 허물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정부여당은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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