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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13 17:49 수정 : 2019.09.01 10:48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에 반대하며 시작된 홍콩 민주화 시위가 10주째에 접어들어서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시위대가 12일에 이어 이틀째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해 항공편이 대부분 결항하는 등 공항이 마비됐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중국 정부가 무력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중국의 무력 개입은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킬 것이 뻔하다. 중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13일 오후 홍콩 국제공항에서 반송중 시위대가 닷새째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홍콩공항은 시위대가 13일 오전 자진 해산하면서 한때 운영이 재개됐지만 오후에 다시 시위대가 몰려들면서 항공편 300여편이 모두 취소됐다. 지난 6월9일 시작된 홍콩 시위는 송환법 철폐와 진압 경찰 문책을 넘어 캐리 람 행정장관 퇴진과 보통선거 도입 요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중국 오성홍기를 모욕하거나 홍콩 반환을 기념해 중국 정부가 선물한 ‘골든 보히니아’ 동상을 훼손하는 식으로 반중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시위 지지를 표명하고 중국 정부를 비난하고 나서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중국 정부로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는 연일 홍콩 시위대를 비난하는 데 더해 무력 투입 가능성까지 흘리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중국 정부가 무력 투입을 저울질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홍콩과 맞닿은 중국 도시 선전에는 무장경찰을 태운 장갑차와 물대포가 대규모로 집결해 있다고 한다. 인민해방군 투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만약 중국이 무력을 투입할 경우 30년 전 천안문 시위 유혈진압이 남긴 충격과 상처가 재현되지 말란 법이 없다. 만에 하나라도 사태가 그런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그 후폭풍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질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홍콩 시위는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계속되는 대규모 홍콩 시위의 근저에는 집값 폭등을 비롯해 홍콩 젊은이들의 삶을 옥죄는 경제 문제와 반환 이후 심해지고 있는 중국 정부의 간섭·압박이 있다. 젊은이들의 생활고가 풀리고 홍콩의 자치권이 존중받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시위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홍콩과 중국 정부는 이제라도 시위대의 근본 요구에 귀 기울여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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