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3 18:48
수정 : 2019.10.0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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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참석자들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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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참석자들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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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인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자유한국당은 광화문 집회 참석 인원을 300만명으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는 200만명으로 각각 주장했는데, 현 정부 들어 열린 보수 집회로는 최대 규모였다. 보수정당들은 물론 기독교 쪽 보수단체들, 일부 대학생들의 연합집회까지 보수세력이 망라돼 참여한 결과다. 9월28일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 검찰개혁을 촉구하며 열린 ‘100만 촛불집회’에 자극받은 보수세력이 맞불을 놓으면서 ‘세 대결’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보수성향 시민들이 광화문에서 역대급 규모의 집회로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한 것은 그 자체로 가벼이 볼 일은 아니다. 조 장관과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되면서 시민들의 검찰개혁 요구가 비등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날 집회는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적잖다는 걸 분명히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이날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동안 제각각 목소리를 내던 보수세력이 대규모 집회를 통해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심상치 않다. ‘조국 정국’을 계기로 보수세력의 반정부 투쟁이 세를 얻는 형국이다. 정부 여당은 그동안 해온 국정 운영이 공격의 빌미를 준 것은 아닌지 냉철히 되돌아봐야 한다.
집회에서 일부 참가자가 문 대통령 퇴진이나 탄핵을 요구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간 최순실 사태와 이번 일을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번 사태를 이용해 대통령을 어떻게든 흔들어보겠다는 불순한 의도마저 읽힌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와,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이른바 ‘반조국’ 시위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세 대결식’ 장외집회 경쟁으로 비화하는 것이다. 지난 28일 촛불집회에 예상을 뛰어넘는 시민들이 참가하면서 자유한국당이나 보수 기독교계는 이를 뛰어넘겠다며 총동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두차례의 대규모 집회로 어느 쪽에 속하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민의 뜻은 충분히 드러났다. ‘조국 정국’이 장기화해서 양쪽이 세 대결을 계속하는 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검찰개혁의 추이와 조 장관 수사의 진행 상황을 차분히 지켜보면서 이번 사태가 큰 탈 없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양쪽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누구보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소모적 세 대결이 계속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이 와중에 사태를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해선 안 된다. 책임 있는 정당들이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사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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