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10 18:58
수정 : 2019.10.1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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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와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들이 9일 합의에 이르렀지만 완전한 문제 해결의 길은 멀다. 10일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을 불법파견 혐의로 고발한 시민단체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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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와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9일 합의에 이르며 100일 넘게 이어져온 ‘톨게이트 갈등’이 변곡점을 맞았다. 극한대립으로 치닫던 갈등이 한고비를 넘은 건 의미가 적잖지만, 대법원 판결 취지와 어긋난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450여명 민주노총 계열 노동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합의의 핵심은 지난 8월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임을 확정받은 이들과 현재 2심에 계류 중인 이들을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1심에 계류 중인 이들은 판결 이후 전환 여부를 결정하되 그 전까지는 기간제로 고용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을 받은 이들 중 자회사 입사자를 뺀 나머지만 직접 고용하기로 하겠다던 기존 도로공사 입장에 비하면 한발 진전된 내용이라 볼 수 있다. 정치권이 적극 중재에 나선 점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자세히 내용을 보면 일관된 원칙이 있는 합의라고 전적으로 환영하긴 쉽지 않다. 930여명의 1심 계류자들은 판결 시점이 각각 다른데다 만일 2년 안에 판결을 받지 못하면 계약해지 대상자가 되어버리는 셈이다. 도로공사가 불법파견 요소를 없앤 뒤 채용했다고 주장해온 89명 가운데서도 14명이 이미 1심에서 승소했는데도, 이들을 계속 문제삼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직접 소송을 한 당사자뿐 아니라 같은 일을 하는 다른 노동자들도 합의를 통해 직접고용을 하라는 것이라 보는 게 마땅하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의 공개로 1500명 해고로 이어졌던 자회사 설립 자체를 노사 합의 없이 도로공사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사실까지 드러난 상황이다.
무인요금수납 시스템의 확산이라는 현실을 모르진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도로공사와 국토교통부가 ‘효율’이란 이름으로 20여년간 벌인 불법파견 행위에 대한 책임까지 면제해줄 순 없다. 그 잘못을 인정하는 게 우선이다. 무인시스템이 금방 완벽하게 도입되는 것도 아니고 수납원들 상당수가 50대인 상황에서, 노사가 신뢰만 갖는다면 업무전환 등에 대해선 협상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정당한 권리를 요구해온 수납원 노동자들이 자회사, 정규직 전환, 투쟁파로 나뉘고 갈등을 빚는다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다. 이번 합의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자세로 노사정은 더 끈질긴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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