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13 18:23
수정 : 2019.10.13 19:15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참석을 위해 22일 일본을 방문한다. 이 총리는 즉위식 참석 뒤 연회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1년 만에 한-일 최고위급 접촉 가능성이 커진 만큼, 이 총리의 일본 방문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한-일 관계가 워낙 악화돼 있는 상황이라 지금으로서는 이 총리 방일이 획기적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애초 문재인 대통령이 즉위식에 직접 참석하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결국 이 총리가 참석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꽉 막힌 한-일 관계가 단번에 풀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신중한 선택을 한 셈이다.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이후 지난 1년 동안 한·일 사이에는 악재가 쌓일 대로 쌓였다. 7월4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한 데 이어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배제하는 조처를 시행했다. 이에 맞서 한국 정부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으며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관계가 몇달째 계속되는 상황이다.
한-일 관계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직접적 계기는 일본의 보복적 수출 규제 시행에 있는 만큼, 관계가 회복되려면 일본 정부의 자세 전환이 필수적이다. 특히 아베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서 분명한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 우리 정부는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지난 6월 ‘1+1’(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의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피해자에게 위자료 지급) 방안을 제시했으나 아베 정부는 즉각 거부했다. 아베 총리는 최근에도 “한-일 관계 복원 계기는 한국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이 총리의 방일은 더욱 주목을 끈다. 정부는 이 총리의 방일을 계기로 삼아 일본과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이 총리가 아베 총리와 면담할 가능성이 큰 이상, 형식적인 만남을 넘어 본격적인 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일 관계 회복이 중요하다고 해서 과거사 문제에서 우리의 원칙까지 저버려서는 안 된다. 지킬 것은 지켜가면서 일본과 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길을 여는 데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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