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0.31 18:48 수정 : 2019.11.01 02:06

31일 오전 서울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31일 오전 서울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발견 당시 맥박이 있었으나 제때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한 채 사망한 세월호 희생자가 있었다는 조사 내용이 31일 공개됐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이런 내용을 언론에 발표하면서 “구조의 문제를 추가 조사해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수사 요청 등의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건 발생 뒤 5년 반이 지나서야 드러난 이런 사실에 충격과 함께 깊은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우리는 ‘그날’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는 걸 새삼 느낀다.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오후 5시24분 바다 위에서 발견된 단원고 학생 ㄱ군은 23분 뒤 해경 응급구조사에 의해 사망 판정을 받았으나, 5분 뒤 원격 의료 연결이 된 의사에 의해 다시 생존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응급구조사가 측정했을 때 0%였던 산소포화도가 69%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참위는 처음 측정이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는데, 좀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의사가 ‘생존’으로 판정했는데도 ㄱ군을 헬기가 아니라 5차례나 배를 옮겨가며 이송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현장 대처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ㄱ군이 발견된 뒤로 현장에는 2시간 사이에 3대의 헬기가 오갔다고 한다. 이 가운데 2대는 김수현 당시 서해해경청장과 김석균 해경청장이 타고 떠났다. 현장에서 어떤 혼선이 있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참사 현장에서 구조자 이송보다 급한 일은 있을 수 없다. 당시 현장의 정확한 상황과 함께, 헬기로 ㄱ군을 이송하려는 결정이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

다만 재난 상황은 평시의 일반 사고현장과 달리 모든 게 극한의 혼란 속에 있을 수밖에 없기에, 결정과 판단이 일반적 상황을 상정해 이뤄질 수만은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만에 하나, ㄱ군의 소생 가능성을 알고도 헬기를 환자 이송에 쓰지 않았다면 지휘책임자의 잘못을 무겁게 물어야 할 것이다.

사참위가 이날 발표를 ‘중간 조사 결과’라고 표현했듯이, 아직 추가하거나 보완해야 할 조사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조사 권한에 한계가 적지 않겠지만, 사참위는 오로지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자세로 차분하고 치밀하게 조사를 이어가야 한다. 특히 검찰 수사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사참위의 주요 소명 가운데 ‘안전 사회’를 만드는 것도 들어 있다. 참사의 예방과 체계적인 구조에 대한 대안 마련에도 힘을 기울여주기를 기대한다.

사참위의 발표로 세월호 가족들은 다시 한번 형언할 수 없는 큰 슬픔에 빠졌다. 그럼에도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만이 자신들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게 하는 거라는 믿음으로 어렵게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조금씩 더 안전해질 것이다. 섣불리 ‘세월호 피로감’을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