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9 18:32
수정 : 2019.11.20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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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배달원.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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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배달원.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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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한 ‘플랫폼 노동자’들이 법원에서 개별적으로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15일 택배기사들의 노동조합 합법성을 인정한 서울행정법원 판단에 이어 19일엔 대리운전기사들에 대해 부산지법 동부지원이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개별적으로 법에 호소하는 방법을 뛰어넘은 법적·제도적 논의가 우리 사회에도 본격 검토되어야 할 시점이다.
택배기사나 대리기사 판결 모두 이들을 최저임금 보장이나 노동시간 제한 및 산재보험 가입 등이 가능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본 것은 아니지만,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행사가 가능한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한다는 취지다. 나아가 지난달 고용노동부 서울북부지청은 임금을 시급으로 받은 것 등을 근거로 배달앱 요기요플러스 배달원들을 아예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해 주목받았다.
몇년 새 배달라이더, 가사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자가 급속히 확산되며 그 규모는 5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사용자의 감독·지시를 받고 종속성이 강한 경우가 많지만,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업체와 계약을 맺어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4대 보험은 물론, 해고로부터의 보호나 노동조건 불이익 변경에 대한 보호도 불가능하다. 더구나 한국에선 말만 ‘플랫폼 노동’이지, 종속성이 강한 노동자에 가까운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서비스 ‘타다’ 역시 그런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돼 왔다.
플랫폼 노동자의 환경이나 조건이 다양한 만큼, 일률적인 노동자성 인정까진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요기요’ 사례에 대해, 이 업체에만 해당하는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보장할 법적·제도적 강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노동자’로 선언한 프랑스나 노동관계법을 통해 노동조건을 규율해 나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최근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이런 가운데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19일 배달업계에 표준계약서 도입 등을 주장한 민주노총 제안을 지지하는 입장을 발표한 것은 의미가 적잖다. 업체들도 비용 절감만 생각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노동조건 보장이 업체의 신뢰도와 경쟁력 또한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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