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1 17:46
수정 : 2019.11.22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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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3일 학생수호연합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인헌고 앞에서 ‘전교조 해체’ 등의 내용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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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3일 학생수호연합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인헌고 앞에서 ‘전교조 해체’ 등의 내용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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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생들이 교사들의 사상 주입과 정치 편향 교육을 제기해 논란이 됐던 이른바 ‘인헌고 사태’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21일 ‘징계 등 행정처분을 할 정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사태가 커진 데는 보수언론·단체·정당 등이 뛰어들어 사안의 성격을 왜곡한 탓이 크다. 하지만 동시에 학교 내 정치·사회 현안 토론이 어떻게 이뤄져야 할지,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존중할지 등 여러 문제를 제기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월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이란 학생단체가 교사들의 ‘사상독재’를 주장하며 제기한 근거는 교내 마라톤 대회에서 반일 구호를 강요하고 한 교사가 학생에게 ‘너 일베냐?’고 했다는 발언 등이었다. 문제제기 학생 면담, 전교생 설문, 교원 면담 등을 두루 실시한 이번 특별장학조사는 이런 주장에 다소 과장이 있거나, 일부 학생이 자신의 뜻과 반한다고 느꼈더라도 사회통념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일베’ 발언의 경우 부적절하긴 했으나 당시 맥락과 해당 교사가 사과한 점 등으로 미루어 지속적·반복적·강압적이라고 할 순 없다고 봤다. 그동안 보수단체가 연일 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잇달아 ‘혁신학교, 전교조, 직선제 교육감 문제’까지 끌어들이며 퍼부었던 비난이 과도했음이 분명히 밝혀진 만큼, 더이상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학생총회를 열어 외부 개입 중지를 호소하고, 포용과 상호존중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인헌고의 노력을 우리 사회가 격려하며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내세워 ‘정치·사회 현안 교육’을 금기시해온 오래된 풍토를 돌아볼 때가 됐다. 올해 부산에서 한 교사가 한-일 관계 악화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난했고, 또다른 교사는 정치검찰을 비판하는 취지의 시험문제를 제출해 논란이 됐다.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를 가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원칙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런 논란은 되풀이될 것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의견을 접하게 하되 어떻게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배우도록 할지,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다 막은 현실에서 가능한 일인지 등 치열하게 논의할 부분이 많다. 학생들의 달라진 감수성 등 시대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사회현안교육 원칙 마련을 위한 티에프 구성이 이런 사회적 공론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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