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2 20:36
수정 : 2019.11.23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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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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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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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사이 최대 쟁점이었던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문제가 ‘조건부 연기’로 결정났다. 청와대는 22일 지소미아를 곧바로 종료하지 않고 ‘종료 결정 통보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8월22일 일본에 통보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한-일 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정지하기로 했다.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한 셈이다. 그러나 기존의 정부 입장에 비춰보면 뜻밖의 결정이라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지소미아 문제가 조건부 연기로 결정난 만큼, 사태를 불러온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한-일 간 대화는 더욱 중요해졌다.
정부가 조건부 연기 결정을 한 이유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이 대화 의지가 있어서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수출 관리와 관련한 문제를 다루는 한-일 과장급 협의 및 국장급 정책 대화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그동안 완강하게 지소미아와 수출규제를 분리하며 대화를 거부해온 데서 선회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이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 내용이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요구해온 우리 국민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국민에게 이번 결정의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고, 앞으로 국민의 요구 수준에 맞는 협상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한·일 양국이 타협점을 모색하는 데는 미국의 압력이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지소미아 문제를 놓고 한국 정부를 일방적으로 압박해온 데 대해선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지소미아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일본보다도 오히려 한국에만 연장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종료 시한 하루를 앞두고 미국 상원은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정부가 마지막 순간에 조건부 연기로 돌아선 데엔 미국의 이런 압력도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한국 국민이 느낀 불쾌감을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이 났지만, 해결된 것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지소미아 갈등’의 원인을 일본 정부가 제공했다는 사실에도 변함이 없다. 정부는 이번 지소미아 논란 과정을 냉정하게 성찰하고, 일본의 경제보복과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이른 시일 안에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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