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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5 18:47 수정 : 2019.11.26 02:10

25일 오후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팬들을 위해 따로 마련된 고 구하라씨의 빈소에 조문객들이 들어서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5일 오후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팬들을 위해 따로 마련된 고 구하라씨의 빈소에 조문객들이 들어서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언제까지 이런 글을 써야 하나 참담하다. 한달여 만에 또 한명의 여성 연예인이 떠났다. 직접적 계기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 사람의 극단적 선택을 단 한가지 이유로 몰거나 구조의 탓으로만 돌리는 시각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루머와 악플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여성 연예인의 처지, 무엇보다 데이트폭력 피해자였던 그의 상황을 모두가 알기에 특히 여성들의 분노와 슬픔은 클 수밖에 없다.

11년 전 17살 나이에 걸그룹 카라의 멤버로 데뷔한 구하라씨는 늘 음악뿐 아니라 운동도 잘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씩씩한 여성 아이돌 이미지였다. 하지만 지난해, 전 남자친구가 그를 폭행 혐의로 신고한 이래 원치 않게 대중 앞에 사생활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됐다. 불법촬영 사진을 갖고 협박했던 전 남친 앞에서 무릎을 꿇던 시시티브이 속 모습은 성차별적 현실의 ‘인두 자국’이 돼 여성들의 뇌리에 맺혔다. 명백히 그가 피해자임에도 일부 네티즌은 ‘동영상 실체’에 더 관심을 보였다. 절친 설리가 떠난 이후 “설리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구씨의 죽음 이후, 가해자의 협박을 인정하면서도 불법촬영 혐의는 ‘명백한 반대 의사가 없어 보였다’ 등의 이유로 무죄를 내린 1심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성범죄 양형기준을 재정비하라는 청와대 청원은 순식간에 20만명을 넘었다. 전 남친이나 판사 등 특정인을 겨냥한 분노로 치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미투’ 이후에도 여전히 가해자 중심적 판결이 잇따른다는 비판을 사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분노가 ‘가해자 중심의 판결이 사람을 죽일수 있다’는 여성들의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비단 여성뿐 아니라 잇단 케이팝 스타들의 극단적 선택은 사람을 기반으로 한 연예산업이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괴물’이 된 건 아닌지, 기획사나 대중들 모두에게 묻고 있다. 어린 나이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는 구조에서 전문적 상담사의 돌봄 또한 절실하다. 지난 5월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고 최근 절친을 잃은 구하라씨 같은 이들에게 자살 예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사건이 일어나면 잠깐 자숙하다가 이내 되살아나는 악플 현상 속에서, 네이버 또한 다음처럼 연예기사 댓글 차단 등 비상한 대책을 강구할 책임이 있다. 어느 하나가 근본적 해결책일 순 없다는 건 모두가 인정한다. 그래도 안타까운 죽음을 줄이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빛나야 할 28살, 구하라의 안식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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